매일 우리는 거대한 테이블을 만들었다.
거대한 빵과 거대한 과일, 넘치는 포도주
우리들이 앉을 수도 없는 큰 의자를 만들었다.

빙빙 돌면서, 이쪽을 높이고 저쪽을 키우면서
커가는 현기증 속에서
우리들이 볼 수도 없는 거대한 테이블을 만들었다.

우리는 구석에서 살았다. 거대한 집을 만들고
거대한 우주를 만들고
우리들을 볼 수 없는 구석에서 살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누군가를
테이블의 주인을
테이블을 뒤덮을 그를.




감상) 아침 커피를 마시고 운동을 하고 의례적인 친구를 만나고 익숙한 바닷가를 거닐고 시장에서 쓸쓸한 잔치국수를 먹고 커피숍 한 구석에서 노트북을 켜고 스승에게 편지를 쓰고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고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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