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 의견서 제출…40여쪽에 요건·절차 관련 법리 등 밝혀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과 절차에는 일단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 답변서를 통해 탄핵소추 절차에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다고 주장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다만, 법무부 의견은 탄핵소추가 발의 및 의결 요건을 지켰고 의결서 정본도 제출됐다는 ‘형식’ 자체에 방점을 둔 것이다.

법무부는 23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헌재가 이달 12일 법무부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지 11일 만이다.

법무부는 40여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사실관계보다는 탄핵심판의 요건 및 절차에 관한 의견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헌재의 탄핵심판이 국회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 요건을 충족하고 헌재에 적법한 소추의결서 정본이 제출된 점을 들어 형식적으로 적법 요건은 일단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의견서에는 법리적 쟁점과 이에 관한 학설 및 결정례, 법무부 의견 등이 담겼다. 독일·미국 등 외국의 사례도 소개됐다.

법무부는 “법률사무의 소관부처로서 객관적 입장에서, 탄핵심판의 실체 요건과 절차 진행에 관해 쟁점과 학설 등을 제시하고 헌재의 심리와 판단에 참고될 만한 법률적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이러한 입장은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은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대리인단은 이달 16일 헌재에 낸 답변서를 통해 “탄핵소추의 절차와 사유가 부적합하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현저히 훼손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우선 탄핵소추가 객관적 증거 없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의결서에 첨부된 ‘증거 기타 조사상 참고자료’는 증거 자체가 아니라 검찰의 공소장과 언론의 의혹 제기 기사이며 국회법에 규정된 법사위 조사 절차도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국회 소추 절차에서 대통령이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낮은 지지율과 100만 촛불집회’를 사유로 퇴진하라는 것은 헌법의 대통령 임기 보장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대학교수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탄핵소추안 가결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헌재가 문제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국회 표결 과정에 물리적 충돌이 없었던 만큼 법무부 의견대로 절차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법무부는 다만 첨예한 문제인 사실관계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은 유보했다.

법무부는 “소추 사유와 관련된 특별검사의 수사 및 재판이 계속 중에 있고, 헌법재판소의 심리에 의해 향후 사실관계가 확정돼야 하는 점을 고려해 구체적 사실관계의 존부(存否)에 대한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국정 최고 책임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이나 범죄 혐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지만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신분은 유지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이달 12일 법무부와 국회에 19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법무부 의견서는 헌재 심리 과정에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쟁점과 법리가 제시된다면 향후 심판 절차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헌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쟁점이 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때는 국회, 법무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의견서 제출을 요청받았다.

당시 법무부는 93쪽에 달하는 의견서에서 “탄핵소추 절차나 사유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탄핵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이날 현재 국회는 아직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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