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집안의 전등을 모두 켜고 TV플러그를 빼고 110V트랜스에 꽂혀 있던 MD플레이어의 플러그를 빼고 그러나 그 자리에 내 플러그를 꽂지는 않는다 나는 켜지지 않는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전기밥솥의 플러그를 빼고 내 플러그를 꽂는 순간 집안의 전기가 나가버린다 내 몸 어딘가가 누전되고 있다


<감상> 타이밍이라는 각성제가 있었다 시험기간이면 몇 날은 꼭 그 약을 먹었고 그러고도 감기는 눈을 감당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희한한 건 시험이 끝나면 그 각성제 없이도 밤이 말똥말똥 했다는 것이다 이제 각성제 없이도 날마다 그런 날이다 전기가 가끔 끊어지지만 그게 무엇 때문인지 어디부터인지 알 수가 없는 날이다 (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