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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원 수필가
1천200여 년 전 진성여왕의 간부(姦夫) 위홍의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최치원이 벼슬을 버리고 전국 산천을 주유하며 시무십조(時務十條)를 건의하였으나 받아 드려지지 않자 이복동생 현준 등과 불선(佛仙)을 논하다 흔적없이 사라져 갔다고 한다.

탄핵정국 속에 한국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 우리는 수출 활력 모색과 내수 소비 촉진을 통해 기업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로 이 난국을 하루빨리 수습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난국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의 만남도 당리당략에 따라 거부하고 개헌도 유불리만을 따지고 있어 국민과 국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국가를 상대로 힘겨루기하는 모양새는 국정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성장의 불확실성과 경기의 하강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최근 전망했던 2.8%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밟혔다. 한경연 등 경제 관련 연구기관들도 내년도 경제 상황을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서민들의 삶은 더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정치권에서 일삼는 싸움질은 이제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법 위에 민심(民心)과 천심(天心)이 있음을 명심하고 지금은 진보니 보수니 따질 때가 아닌 듯싶다.

얼마 전 지방정부를 오랫동안 훌륭하게 잘 이끌어 오고 있는 지방의 한 도백이 개인적인 실책이 없는데도 소속정당의 실책을 용서해 달라고 눈물 어린 호소를 해, 이런 난국에도 책임지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됐다.

지금은 21세기 시작이자 새로운 천 년의 시작이며 과거 2000년 동안의 어느 시기보다 희망과 가능성이 커 보이는 기회이지만, 대한한국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다양한 의견들이 속출하지만, 양심과 영혼은 비어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피하거나 우회할 수 없는 막다른 길목에 진실의 순간을 우리는 맞이하고 있다. 이 진실의 순간에 자신들의 잘못을 진솔하게 고백할 수 있다면 한국사회는 구래도 희망과 열정이 점쳐나는 것이다. 빈곤 극복 과정에 초래된 물질적 여유가 국민을 부지불식간에 모험을 꺼리게 만듦으로써 비겁한 인내가 마치 현명한 지혜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고 있다. 반만년 동안 왕이 곧 법이던 군주사회에서 살다가 반세기 전에야 비로소 법이 왕이라고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대를 맞고 있다. 여전히 대통령이 법이며 권력의 왕인 민주와 법의 가면을 쓴 폭력사회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때 친박이 숨어들어 “언제 내가 친박이었느냐”고 꼬리를 내리는 순간에 내가 친박으로 눈물 어린 단결을 호소하는 도백의 용기가 일류국가 일등국민의 표상이 아닐까? 나는 도백을 전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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