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 나간 고양이
문 닫은 상점의 우울을 즐기는
나는 뚱뚱한 개 새끼
아무거나 처먹고 검게 탄 인형을 토하는

내가 낳은 그림자를 뭉개며 막차를 쫓는
나는 깜깜한 아버지의 온도
가질 수 없는 사랑만 골라 하지

나는 네 발로 뒤로 걷는 수수께끼
두 발로 거짓말을 즐기는
맑은 날은 깨금발로 금을 밟아
두꺼운 질서를 비웃곤 하지

나는 아무것도 포개고 싶지 않은 낮달
오래된 시계가 버린 그늘
잠자리 눈으로 뒤통수만 바라보는
새끼 고양이들을 자꾸만 죽이는



감상) 곧 문이 닫힐 거라는 예보, 삶을 마무리할 여유를 주는 것도 좋지만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하나하나 손꼽아야한다는 것도 징벌, 곧 한 문이 닫힐 거라는 예보를 앞두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길고양이처럼 익숙한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어슬렁어슬렁 어둠을 밟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 외에 무엇,(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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