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청탁금지법은 정식 명칭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를 약칭하여 ‘청탁금지법’이라고 하고, 달리 ‘김영란법’이라고도 한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6월에 입법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국회입법을 발의하기는 김영주 의원이 2013년 5월 24일에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 시초였다. 뒤이어 2013년 5월 28일에도 이상민 의원이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대표 제안하였고, 정부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뒷받침하고자 뒤늦게 2013년 8월 5일에야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출하였고, 2013년 10월 28일에는 김기식 의원이 ‘공직 수행의 투명성 보장과 이해충돌방지를 위한 법’을 대표 제안하였다. 그렇다면, 청탁금지법은 ‘김영란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김영주법’이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국회의원과 정부의 법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의 법안 논의는 헛바퀴를 돌았고, 입법이 지지부진하였다. 이에 입법좌절에 따른 정치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에 국회가 위 4건의 법률안을 병합하여 심사한 결과, 이해충돌조항은 계속 논의하기로 하여 제외시키고, 공직자 이외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추가시키고 부정청탁금지와 금품수수금지에 관한 내용만 담긴 청탁금지법을 우선 입법하기로 하여 정무위원회안으로 2015년 3월 3일에 발의하였다.

이 정무위원회안을 바탕으로 한 청탁금지법이 2015년 3월 27일에 법률 제13278호로 제정되었고,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고위공직자 등의 부패척결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높았기 때문에 입법상 문제점을 따지기보다는 일단 입법을 하는 것이 더 긴요하다는 여론에 떠밀려 제정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당초 공직자만 적용하려다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포함됨으로써 적용대상자가 수백만 명으로 확대되었고, 이로 인하여 화훼산업 등 농식품 산업까지 고통받는 등 많은 논란을 빚고 있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입법 취지가 일부 훼손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입법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이나 하듯이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청탁금지법의 개정안이 무려 11개가 제출되어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청탁금지법 제19조 제1항의 청탁금지 약속 서약서의 제출과 시행령 제42조 제3항의 ‘매년’ 제출이 문제되고 있다. 이것은 2016년 11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약서 제출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법률 위임 없이 시행령에서 매년 요구하는 것은 법률우위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함으로써 문제됐다. 이에 2016년 12월 1일 김병욱 의원 등 10명이 청탁금지법 제19조 제1항의 서약서 제출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서약서의 의무적 제출은 개인의 생각을 외부로 표출하도록 의무지운다는 점에서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서약서가 법률위반행위와 실제로 연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며, 서약서 작성을 거부한다고 형벌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 없이 행정력을 낭비한다고 보아야 한다. 서약서 문제는 입법제안 당시에도 문제되지 않았고, 심지어 국회에서의 검토보고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많은 단체에서도 이미 구성원들로부터 서약서를 받았고, 제출하는 본인도 스스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제출하였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정부나 국회의원, 단체 기관장이나 서약서 제출자 모두가 인권감수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청탁금지법의 엄중함을 알았더라면, 서약서 제출 당시에 문제 제기가 있었을 것인데, 그 때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것을 이미 예견했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허깨비 같은 법을 두고 아무리 호랑이라고 한들 그 법의 효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청탁금지법의 향후 운명을 보는 것같이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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