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2차, 3차 이젠 옛말입니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모임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입니다.”

김영란법에 더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우려, 연말 공직기강 확립 등 송년 모임을 즐기기에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 많아지면 공직 사회 회식문화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연말 고급 식당이 노래방까지 단체 회식을 하는 공무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김영란법 시행 두 달째인 올 연말은 고급 식당가의 연말 특수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공무원들이 저녁 술자리의 경우 기준 금액인 3만 원을 넘을 가능성이 큰 만큼, 연말 모임 약속 장소로 일식집이나 한우 전문점 등 고급 음식점은 기피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눈치를 보며 저녁 모임을 보다는 간단하게 점심으로 회식을 대신 하는 분위기다.

공무원 김모(46) 씨는 “지난해 같으면 12월 들어서면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 및 각종 송년 모임이 있었지만, 올해는 점심시간에 식당 1곳을 예약해 직원들과 가볍게 점심 식사만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후 지난해까지 길게 이어졌던 술자리가 이제는 부담스럽다며 공무원 등 관련 법 적용 대상자들은 저녁 술자리 대신 점심을 먹자는 제안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식당가는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안동에서 한우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급감해 연말 특수만 기다리며 버텼는데 최근 최순실 사태 등 영향으로 작년보다 모임 예약이 30~40%가량 줄어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타 업종으로 바꿀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저녁 송년회 자리가 줄어들면서 노래연습장 및 주점 등의 업종에도 매출이 급감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두고 영세 상인들의 불만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양에서 식당을 하는 박모 씨는 “새로운 문화, 깨끗한 사회를 지향하며 출범한 김영란법이 정작 최고 권력자부터 온갖 부정청탁에 연루됐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국민에겐 3만 원짜리 족쇄를 채워 놓아 새로운 만남의 인간관계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며 “아래에서가 아닌 위에서부터 부정을 저질러 놓고 오히려 아래만 투명하도록 법까지 만들어 강요하니 오히려 오랜 세월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정문화와 서민경제만 송두리째 망가트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