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변론기일까지 지정하는 등 속도…30일 마지막 쟁점 정리
대통령측, 미르·K스포츠·대기업·檢 사실조회…국회측 반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수명재판관인 이진성(왼쪽부터), 이정미,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제2회 준비절차기일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본격 심리하는 첫 변론기일을 내달 3일 열기로 했다. 두 번째 변론기일도 다음 달 5일로 미리 잡는 등 심리 진행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헌재는 27일 오후 2시 열린 2차 준비절차 기일에서 국회 측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의견을 수렴해 1·2차 변론기일 날짜를 확정했다. 헌재는 이달 30일 마지막 준비절차에서 남은 쟁점과 증인 등을 정리하고 다음 주 시작되는 ‘본게임’ 대비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국회 측에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사례 등 소추 사유 중 추상적인 부분을 보완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양측은 곧 확보되는 검찰 수사기록을 참고해 필수 증인 범위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국회 측은 변론기일에 박 대통령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대통령 측은 “법률적으로 출석 없는 진행이 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두 번째 변론기일을 미리 잡은 것은 박 대통령의 불출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준비절차 기일에선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에 신청한 ‘관계기관 사실조회’를 두고 양측이 거세게 충돌했다.

대통령 측은 헌재에 미르·K스포츠 재단,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연금, 전국경제인회, 재단 출연기업 등 16곳에 사실조회 자료 제출 요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의 탄핵 사유에 객관성이 부족하므로 직접 이들 기관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미르·K스포츠 재단엔 재단 설립 목적, 후원 현황, 해산 사유, 해산 절차가 지연되는 이유를, 기업들엔 재단에 대한 출연 요구를 전경련으로부터 받았는지, 출연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 출연하지 않았을 경우 의사 결정 과정이 어떠했는지, 출연하지 않은 데 대한 불이익은 있었는지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는 삼성 합병 결정 과정과 절차와 결정 이유, 의결권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가 의사 결정한 이유 등을, 관세청과 호텔 롯데, SK에 대해선 면세점 추진 사유, 선정 절차 등을 질문했다. 대검찰청에도 롯데에 대한 수사 단서와 첩보 입수 시점, 정보보고 내역, 법무부엔 특별사면 기준과 2014년 8월 최태원 SK 회장의 특사 이유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회 소추위원단은 “해당 기관에 압박감을 줄 수 있다”며 사실조회 신청이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관계기관이나 기업은 또 다른 불이익을 우려해서 사실과 다른 의견을 제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측은 사실조회를 통해 불필요한 증인신문을 생략할 수 있어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맞섰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관계기관을 압박하거나 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속한 진행을 바라며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추가 회의에서 대통령 측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기존의 헌법의 ‘생명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하게끔 한 헌법 제69조 역시 위배했다며 이를 탄핵소추 사유에 추가하기도 했다.

헌재는 앞서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을 남김없이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대통령 측은 이날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자료를 다수 제출하려 한다”며 “박 대통령이 법정 출석은 하지 않지만, 세월호 7시간을 명쾌하게 밝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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