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느 작은 마을에 델이라는 집배원이 살았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매일 50마일 정도의 거리를 오가며 우편물을 배달했다. 어느 날 마을로 이어진 길에서 먼지가 뿌옇게 이는 것을 본 델은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다녀야 하는 이 길이 이렇게 황량하기만 해서야, 언제까지 흙먼지를 마셔야 하나” 델은 생각하던 끝에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나는 이 길을 매일같이 다녀야 한다. 그래, 지금부터 이 길을 아름답게 가꾸자 꽃씨를 뿌리는 거다” 델은 그날 이후 매일 꽃씨를 주머니에 가득 넣어 출근했다.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그 길을 오갈 때 마다 꽃씨를 뿌렸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자 그가 다니는 길 양쪽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피었다. 봄엔 봄꽃들이, 여름에는 여름꽃들이, 가을에는 가을꽃들이 계절따라 다양한 꽃들이 길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델이 다니는 길은 더 이상 삭막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먼지가 펄펄 날리던 그 길이 꽃길로 아름답게 단장된 것을 보고 놀라면서 감탄했다. 그리고 자신들도 주머니에 꽃씨를 넣고 다니며 꽃씨 뿌리기에 동참했다. 마을은 아름다운 꽃마을로 변했다.

세계 최초로 백화점을 설립한 미국의 부호 존 워너 메이크의 어릴 적 일화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벽돌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존은 세찬 비를 만났다. 길은 순식간에 흙탕물로 진창이 됐다. “어른들은 흙탕길을 불평하면서 왜 고칠 생각을 안 할까. 나라도 저 길에 벽돌을 놓자”고 다짐했다. 그날 이후 존은 귀가하면서 매일 벽돌 한 장씩을 가지고 가 길에 깔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자 30장의 벽돌이 길에 깔렸다. 그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존으로부터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고 감동, 벽돌깔기에 동참했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몰랐던 진창길 벽돌깔기는 얼마 안 돼 벽돌길로 단장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된 한해였다. 하지만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해변 쓰레기를 앞장서서 치운 외국인 세 모녀의 공동체 의식 미담이 각박한 우리 사회에 각성제가 된 것이 송구영신의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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