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새벽을 고하는 나팔수, 그 드높고 날카로운 목청이 하늘을 찔러서 태양신을 일깨운다…그 울림소리에 천지간을 방황하던 온갖 헛것들이 다 자기 처소로 허둥지둥 달아난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닭의 울음을 세상의 온갖 허깨비들을 물리치는 소리라 했다. 어둠을 밀어내고 밝은 세상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홰를 치며 어둠의 침묵을 찍는, 그래서 거기 광명을 트이게 하는 새벽 닭의 울음소리는 눈으로 보는 광명이 아니라 귀로 듣는 광명이며, 새벽이 오기 전에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새벽의 예언이요, 계시의 소리인 것이다” 이어령 역시 닭의 울음이 새벽을 깨운다고 했다.

“닭이라는 새가 모여드는 숲, 즉 그들의 고향인 숲을 산보하며 야생의 수영계들이 나무 위에서 울어 그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땅 위 몇 마일에 이르러 공명하여 다른 새들의 가냘픈 곡조를 압도하는 소리를 듣는다고 상상해 보라. 그 소리는 여러 나라들을 긴장시켜 줄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매일의 생활에서 더 일찍 일어나서 끝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하고 부유하고 현명해지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른 아침 목청껏 울어서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일깨우는 수영계에 대해 소로는 ‘월든’에 이렇게 썼다.

시경의 ‘제풍(齊風)’에는 또 이런 비유도 있다. “닭의 울음은 어진 왕비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제(齊)나라 애공(哀公)이 음탕하고 태만해 정사를 돌보지 않자 그때 진현비(陳賢妃) 정녀(貞女)가 밤마다 경계를 하여 왕의 음탕한 행동을 고치게 했다. 정녀는 닭이 울면 항상 ‘닭이 이제 웁니다. 먼동이 트는군요’하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서정(庶政)에 임하도록 한 것이다”

닭은 날이 밝아 옴과 잡귀를 쫓는 축귀(逐鬼)의 상징이다.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이 물러간다. 또한 항상 부지런함을 일깨워 태만하지 않게 경계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일그러진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닭띠 해의 의미가 새롭다. 우리 사회의 온갖 청산해야 할 헛것들을 쓸어내야 하는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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