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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기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매년 초 기업 경영자들은 지나간 위기들을 되돌아보며 새해에는 더 이상 예기치 않은 위기를 겪지 않는 안정적인 한 해가 되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의 경우 세계적인 정보망이나 위기대응조직이 없는 만큼 대책을 세우더라도 영국의 EU 탈퇴와 같은 대외여건 변화는 물론 국내 정국의 혼란, 삼성의 노트7 사태와 같은 상상하지 못한 위험요인에 또다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새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보다 조금은 나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신임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회복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미수출 여건은 개선될 전망이다. 유로 지역은 정치적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 등에 비추어 전년 수준 정도의 회복에 그칠 전망이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일본경제는 지난해보다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나 중국경제의 감속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난 2년간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던 브라질과 러시아경제는 플러스 성장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얼마간 회복될 수 있을지라도 지난 20여 년간 대완화(Great Moderation)로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가 다시 도래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특히 해외시장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위협이 여전한 가운데 수출에 의존하는 지역 기업의 외형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생존과 도약에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바로 혁신(innovation)이다. 위기 상황에서 혁신 없이 살아난 기업은 거의 없다. 중소기업은 두말할 것도 없다. 1960년대 당시 미국의 100대 기업 가운데 현존하는 것은 16개뿐이다. 글로벌 대기업도 현실에 안주하면 사라질 뿐이다. 어쩌면 오랜 안정상태가 혁신을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혁신이론을 주창한 20세기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조셉 슘페터는 혁신을 모르는 기업가는 장사꾼(businessman)에 불과하며 혁신으로부터 새로운 창조를 이루어내는 기업가야말로 진정한 기업가(entrepreneur)임을 역설하였다.

위기를 기회로 도약한 혁신의 사례는 적지 않다. 영국의 유명 신문사인 인디펜던트지는 뉴스의 디지털화로 인한 신문의 판매 격감으로 파산 위기에 처하였으나 타블로이드판으로 바꾸는 혁신으로 생존에 성공하였다. 일본의 혼다는 이륜차의 수출시장 개척 시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할리데이비슨의 아성에 막혀 고전하였지만 이후 단거리용, 스포츠용을 내세우며 시장개척에 성공하였다. 이것은 단지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미국 이륜차시장의 혁신이었다. 획기적인 신제품개발만 혁신인 것은 아니다.

지역기업의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다수 기업 경영자들은 구조조정이라면 고임금 숙련공 대신 저임금 단순직으로 대체하여 인건비를 줄이는 현실안주형 구조조정을 연상한다. 하지만 진정한 미래성장형 구조조정이라면 인건비 삭감이 아니라 자사가 보유한 숙련노동자들의 암묵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품의 품질개선과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며 그래야만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명언처럼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내 철강시장이 좁은 만큼 지역 중소기업의 시장은 더더욱 좁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저가의 공급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단순한 개선(upgrade)만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넘길 수도 있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을 통한 강소기업으로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새해에는 지역의 모든 기업가가 혁신을 이룩해내는 기업가(entrepreneur)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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