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탄핵이 더 심각한 문제…동반성장이 해결책"

▲ 시국대담을 나누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
정운찬 전 국무총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운찬 테마주’가 급등세다. 지난 15일 디아이(종목홈)는 전일 대비 475원(10.76%) 오른 489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예스24(종목홈)도 13.35% 오르고 있다.

디아이는 정 전 총리가 박원호 대표의 아들인 가수 싸이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는 이유로, 예스24는 정 전 총리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고문직을 맡은 이력이 부각되며 정운찬 테마주로 언급되고 있다.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대선 출마를 결심한 정 전 총리에 대해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해 ‘반기문-정운찬 연대설’이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권 도전을 모색하고 있는 반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환송 리셉션에서 한국 특파원들로부터 정 전 총리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 전 총리를 “잘 안다”면서 “그가 미국 프린스턴대 초빙연구원으로 와 있을 때도 그렇고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충북, 정 전 총리는 충남 출신이다. 내년 상반기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대선에서 두 사람이 향후 협력 관계가 될지, 경쟁 관계가 될지 에따라 대선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케인즈’로 불리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정 전 총리는 20일 최근 위기에 놓인 한국경제를 놓고 “탄핵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천 총리는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글로벌 금융학회가 주최한 ‘2017년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와 재편, 한국의 대응’ 정책 심포지엄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청년실업률 체감 실업률은 34%다. 가계부채도 1,300조원에 육박해 1인당 빚이 2,600만원까지 늘어났다”며 “정치적 탄핵보다 경제적 탄핵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제는 우리 존재 그 자체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의 지론인 ‘기본소득제’는 일부 대선 주자들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다. 기본소득제는 모든 국민에게 소득수준과 노동 여부 등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새로운 분배체계다. 지난 6월 초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스위스의 국민투표 소식이 전해지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동반성장으로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경제대통령대망론’의 주인공인 정 전 총리를 만났다. 정 전 총리는 어려움에 놓인 한국경제의 해결책으로 동반성장을 꼽았다.

그는 “저성장과 잠재성장력이 낮아지는 추세가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동반성장 단기 3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정책은 초과이익 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정부발주 사업의 중소기업으로의 직접 발주제도다. 정 전 총리는 “불공정한 게임 룰로 대기업으로만 흘러가 고여 있을 돈을 중소기업에 합리적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조치다”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 국가를 위한 장기과제로는 교육제도와 부정부패 타파를 위한 사회제도 혁신을 꼽았다.

그는 또 남북한도 경제교류를 통한 동반성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경제학자이자 서울대학교 총장을 지낸 그는 지난 2007년 현 민주당측에 의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인물이었으나 이 대통령 시절 총리로 취임했다.

▲ 김정모 본지 서울취재본부장과 시국대담을 나누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
다음은 정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Q.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회적·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정운찬식 해법인 동반성장이 뭡니까.

동반성장이란 ‘더불어 하고 함께 나누어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동반성장은 경제 전체의 파이는 크게 하되, 분배의 룰을 조금 바꾸자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GDP가 100이고 부자한테 50, 가난한 사람한테 50이 분배된다면,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것은 GDP를 100에서 110으로 늘리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에 55대55로 분배하자는 것입니다.

성장이 안되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투자가 안된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이 돈은 천문학적으로 많은데 투자 대상이 마땅치 않아요. 투자 대상은 첨단 핵심 기술인데 이것은 R&D(Research & Development)에서 나옵니다. 한국경제가 재도약 하려면 D에서 R로의 방향 전환, 그 R도 Research로의 전환이어야 합니다.

반면에 중소기업들은 투자할 데는 많은데 돈이 없어요. 그래서 대기업으로 흘러갈 돈이 합법적으로 중소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려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 초과이익공유, 중소기업 적합 업종, 그리고 중소기업 위주의 정부 구매였습니다. 이것들이 성공한다면 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총리시절 추진하신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은 성과를 거두었습니까.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저도 덕 봤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한 번은 KTX를 타고 서울로 오다가 LED 조명등을 생산한다는 어떤 분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되기 전에 대기업들이 마구 들어와 매출이 3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줄어들 뻔했는데, 2011년 가을에 적합업종으로 선정되자 이듬해 35억 원, 그 다음해 40억 원으로 늘어났다”고 고마워하더군요. 중소기업제품 정부 구매와 관련해서도 부친의 유언대로 IT 산업체를 이어받은 어떤 분이 하청에 하청을 받다 보니 너무 장사가 안돼 수업차 시장에 들어갔다가, 정부가 직접 사주니까 수익구조가 수입차 30%, IT 70%로 이전과 반대가 되더라며 저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적이 있습니다.”



Q. ‘협력이익배분제’는 무슨 말씀이지요.

한 기업 내에서 자본가와 노동자가 같은 배를 탔다는 생각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지금 수출 대기업에는 많은 협력 중소기업들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잘되면 대기업이 잘되고 또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이 잘된다는 정신으로 일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대-중소기업 간에 그런 기운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대기업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초과이익공유라는 개념은 역사가 100년이나 됐습니다. 처음 생긴 게 미국의 할리우드였어요. 영화가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니 제작자가 런닝 개런티 계약을 했는데, 이것이 초과이익공유입니다.



Q. 청년 실업, 창업과 동반성장은 어떻게 연관됩니까.

청년 개인들이 사회 진출을 유보하며 2~3년을 그냥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허송 세월을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인생의 2~3년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선은 경제가 좋아져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만병통치약은 없어요. 다만 동반성장이 유일한 해법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10대 대기업이 가진 돈이 450조 원, 30대 대기업은 590조 원이라고 해요. 대기업으로 갈 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면, 중소기업이 활발해지고 경기 침체가 완화되고 지속 성장의 기초가 됩니다.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많은 취업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정부도 ‘저성장 저성장’하고 볼멘 소리 말고 여러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라 봅니다.



Q. 동반성장론을 강조하게 된 계기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자칫 우리 사회가 파탄이 날 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동반성장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 개념은 제가 대학 들어갈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주신 분이 스코필드 박사인데, 그분께 “제가 어느 학과에 가면 좋겠습니까”하고 묻자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성장은 되는데 빈부 격차가 너무 심하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은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 대해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너는 빈부 격차건 소득 격차건 해소를 못할 망정,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가르쳐 주는 학과에 가서 공부를 하고 일생을 그것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라”며 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조순 선생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동반성장에 대해 심혈을 기울이게 됐지요.



Q. 3.1 만세 운동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기여한 스코필드와 남다른 인연이 있죠.

스코필드 박사는 우리 독립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3·1 만세 운동 때 사진을 찍어 선교사들이 출국할 때 전해줘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분입니다. 그 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한편으로는 그 분의 가르침을 세상에 알리려 호랑이스코필드기념사업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스코필드 정신을 전달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