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기 경북대 교수
2017년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은 개헌정국이 열릴 전망이다. 지금 개헌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찬반 논란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낡은 체제를 청산하라는 촛불민심은 결국 개헌을 요청하고 있다. 개헌의 방향을 둘러싸고 크게 중앙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개헌, 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이라는 세가지 개헌론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대개조를 위한 개헌은 바로 지방분권 개헌이다.

지금 왜 지방분권 개헌을 해야 하는가? 현행 헌법이 떠받치고 있는 중앙집권체제의 비효율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온 나라를 비통함과 좌절감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는 권한과 자원을 독점한 중앙정부의 무능함과 권한과 자원이 빈약한 자치단체의 무력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개발독재 시기에 형성되었던 중앙집권체제의 비효율과 폐해가 전면에 드러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집권국가를 지방분권국가로 개조하는 지방분권 개헌이 필수적이다.

지금 왜 지방분권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적으로 편성되어 있는 현행 헌법에는 전체 130개 조항 중 지방자치 조항이 단지 117, 118조 2개 조항뿐이다. 게다가 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내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을 뿐이다. 국회만이 제정하는 법률, 대통령, 국무총리, 각부 장관이 발하는 획일적인 명령의 범위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지방자치단체별 구체적 사정에 적합한 조례 제정, 나아가 지역 독자적 발전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 설계를 할 수 있는 행정과 재정을 위한 입법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2할 자치’, ‘무늬만 자치’에 머물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 현행 헌법 때문이다.

지금 왜 지방분권 개헌에 착수하지 안되는가? 중앙집권-수도권일극 발전 체제 아래에서는 한국경제가 더 이상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폭주하는 업무의 과부하로 기능부전 상태에 빠져있는 중앙집권체제, 과잉과 과밀로 인해 집적의 효율이 사라지고 집적의 비효율이 크게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 일극발전체제에서는 더 이상 성장잠재력이 창출될 수 없다. 대안은 비수도권의 지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있는 중앙집권체제, 수도권 일극발전체제의 블랙홀이 상존하는 상태에서는 지역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한편 수출주도성장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를 확대하여 소득주도성장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내수가 살아나려면 지역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지역경제가 살아나려면 지역에 희망을 주는 국가 개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중앙집권-수도권일극 발전체제를 지방분권-지역다극발전체제로 전환시키는 헌법 개정을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 행정권, 재정권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현행 헌법을 그대로 두면 마침내 지역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되어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왜 지금 지방분권 개헌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가? 우리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평화적 민주통일을 위해서는 장차 북한 지역을 통합할 수 있는 지방분권 국가체제를 남한에서 미리 구축해야 한다. 남북한간에 경제력 격차가 1인당 GDP 기준 무려 40대 1인 상황에서 단방국가로의 통일은 극히 불합리하고 통일 자체가 대박이 아니라 재앙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서독이 동독을 독일연방에 가입시켜 통일한 사례를 참고하여, 통일한국은 남북한을 몇 개의 지방정부로 구성되는 연방국가로의 통일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러한 통일한국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하여 중앙집권국가를 지방분권국가로 전환시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국가를 분담하여 경영하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긴요하다. 가까운 장래에 독일과 같은 연방국가로 남북한이 통일되어 통일한국(United States of Korea)이 건설되는 것을 전망한다면 지금 바로 지방분권개헌에 착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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