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는 세계 최고 명품 바이올린이다. 18세기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이 바이올린은 현재 100여 대만 남아 그중 연주에 쓰일만한 것은 50여 대 밖에 안된다고 한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이 명품의 소리 비밀은 영원히 미스트리로 남아 있지만 나무 나이테 전문가인 미국 테네시대학 마이어 교수와 기후학자인 컬럼비아대학 비클박사는 이 악기를 만든 나무 재질에 그 소리의 열쇠가 있다고 했다.

태양흑점 활동의 변화로 유럽에선 1400년에서 1800년 중반까지 ‘소빙하기(little ice age)’가 지속, 그 중에서도 가장 추웠던 기간은 1645년에서 1715년까지 70년 간이었다. 이 빙하기의 혹한을 이기기 위해 나무들은 내밀하게 아주 조금씩 성장했다. 이들 나무 중 최고 밀도를 가지게 괸 알프스의 가문비나무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재료로 쓰였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아름다운 선율은 혹한을 견디면서 성장한 나무들로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과 열악한 조건이 오히려 나무의 생명력을 증가시키는 원리를 생물학자들은 ‘앙스트블뤼테(Angstblute)’라 명명했다. 이 말은 ‘Angst(불안)’와 ‘blute(개화)’의 합성어다. 이 원리는 생물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굴기(崛起)에도 적용된다.

로마가 세계제국이 된 것은 그들이 처했던 열악한 환경이 원동력이었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나나미에 따르면 크레타 섬에서 트로이 전쟁에 패배해 도주한 일부 로마인이 열악한 이탈리아 반도 중부 늪지대에 자리 잡으면서 그들의 경쟁력은 더욱 커졌다고 했다.

춘추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제국도 ‘앙스트블뤼테’에 의해 굴기했다. 중국 서북부 산악지역인 시안을 중심으로 발전한 진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물산도 적고 물자결핍의 열악한 나라였다.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역동성으로 승화, 천하 통일의 견인차가 됐다.

2016년 지난해는 악몽이었다. 대통령 탄핵까지 부른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뿌리 채 흔들린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시련이 축복으로 개화되는 ‘앙스트블뤼테의 새해’가 돼야 한다.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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