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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힘들고 어려웠던 2016년이 지나가고 2017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해는 간지로는 정유년(丁酉年)이 된다. 정유는 닭을 상징하는데, 병정(丙丁)은 불에 속하니까, 불같이 붉은 닭이다. 정유라니, 임진왜란 후, 휴전상태에 있다가 일본이 다시 전쟁을 일으킨 정유재란이 떠오른다. 그다지 좋은 기억이랄 수는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6·25 이후 최대의 고비를 만나고 있다. 항해라면, 엄청난 파도가 밀려오는데, 선장은 부상당해 선실에 누워있고, 배는 여기저기 고장이 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현대사는 고난과 위기의 연속이었다. 일제강점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해방 후의 정치혼란과 6·25사변, 이승만 독재와 4·19혁명, 5·16구데타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피땀 어린 경제개발과 석유파동, 10·26과 12·12의 군사정변, 광주사태와 신군부독재, 6월항쟁과 올림픽개최, IMF 외환위기와 국제금융위기, 북핵 위기와 최순실 사태 등 고난과 영광이 점철된 역사를 어렵게도 극복해왔다. 세계사를 살펴볼 때 한 국가의 흥망은 하늘의 이치가 반이요 인간의 노력이 반인 것 같다. ‘순천자는 살고 역천자는 망한다(順天者存 逆天者亡)’는 천하의 추세를 따를 것을 말하고 사람이 정신을 통일하고 굳건히 하면 하늘을 이긴다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은 사람이 노력하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큰 뜻을 펴서 큰일을 하는 인물은 대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다음 성공의 자리에 오른다. 무엇인가 중요한 과업을 편안히 행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보통 사람은 항상 허물을 지은 후에야 고칠 수 있고 여러 일을 철저히 겪고 난 후에야 사리에 통하게 된다. 명심보감에는 ‘불경일사(不經一事)면 부장일지(不長一智)’ 라 하였고 논어에서는 ‘곤이지(困而知)’라 하였다. 맹자는 아예,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하실진대,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게 하며, 그 근골을 수고롭게 하며, 굶주리고 궁핍하게 하여, 그 하는 바를 흔들어 어지럽게 하나니, 마음을 움직이며 성품을 참게 하여 그 능력을 키운다고 하였다. 이치는 훤하게 알고 있더라도 곤경을 겪고 경험을 쌓아 마음과 몸으로 체인 하여야 비로소 확실한 나의 것이 된다.

이것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역시 맹자는, ‘들어가면 법도 있는 세신(法度之世臣)과 보필하는 선비(輔弼之賢士)가 없고, 나가면 적국과 외환이 없는 자는 나라가 항상 망한다(入則無法家拂士 出則無敵國外患者 國恒亡)’하였고, 손자(孫子)는 ‘망하는 자리에 던져진 다음에 존립하고 죽음의 땅에 빠진 다음에 살아난다’고 하였다. 뜨거운 불을 거친 다음에야 정금미옥(精金美玉)이 나오는 법이다.

이처럼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금년도 많은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의 신년사에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등장하고 혁신과 공감과 동행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 국방, 사회, 교육 등등 이 나라 모든 분야가 어렵고 진통을 겪고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달성했지만, 경제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탓이요, 도덕교육을 저버린 결과다. 새해를 맞아, 낡고 뒤틀린 것들을 용광로에 넣고 녹여 새롭고 합리적인 질서와 제도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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