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길이 바위에 막힌 붓꽃의 무리가
우우우 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왼쪽에 핀 둘은
서로 붙들고 보랏빛입니다

그런데 가운데 무더기로 핀 아홉은
서로 엉켜 보랏빛입니다

그러나 오른쪽에 핀 하나와 다른 하나는
서로 거리를 두고 보랏빛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붓꽃들이 그림자를
바위에 붙입니다

그러나 그림자는 바위에 붙지 않고
바람에 붙습니다



<감상> 그림자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일까요 나를 그림자에 숨길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일까요 그림자는 알아서 내 마음을 가리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그와 손잡고 싶을 때 그림자는 슬쩍 그의 곁에 나를 데려다 주더라구요 그림자 속에서 나는 수도 없이 그와 손잡고 그와 포옹하고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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