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주)컬쳐팩토리 대표이사.jpg
▲ 이상원 (주)컬처팩토리 대표
일반적으로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은 평일은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3시, 7시께 막이 오른다. 배우들은 대개 공연 3시간 전에 극장에 도착한다. 도착하면 먼저 몸을 푼다. 긴장된 몸을 풀기 위해 각자만의 방법으로 뛰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고 체조도 한다. 그리고 주요 전달 도구인 목도 푼다. 노래를 부르거나 작품에 나오는 대사를 큰 소리로 읊조린다. 혼자 하거나 상대 배역과 대사를 주고받기도 한다. 또 어제 공연에서 실수한 장면을 배우들끼리 다시 맞춰보거나 조명감독, 음악감독과 기술적인 부분을 리플레이 해본다. 그러다 보면 1시간 정도가 흐른다. 이후에는 분장한다. 대형작품에는 분장사가 따로 배치되어 있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소극장작품은 배우가 스스로 분장을 한다. 분장에도 법칙이 있다. 신인배우가 먼저 분장을 하고 고참 배우는 맨 나중에 한다. 왜냐하면, 분장을 하고 나면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장할 때 사용하는 분장용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두꺼울뿐더러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피부가 가렵고 냄새도 나기 때문이다. 제일 고역은 긴 수염분장이다. 라텍스라는 제품을 사용해서 붙이는데 장기공연일 때는 매일 떼고 붙여야 하기 때문에 피부발진은 예사이다. 할아버지 같은 긴 수염분장의 또 다른 고역은 식사할 때 수염 때문에 먹는 게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분장이 끝나면 배우들은 의상을 착용한다. 겨울에는 괜찮지만, 한여름 소극장공연은 매우 고역이다. 관객의 열기에다 조명기가 켜지면 극장의 에어컨은 별 소용이 없어진다. 소극장의 에어컨은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 객석을 향해있으며 배우가 연기하는 무대 위에는 바로 머리 위에서 투사하는 조명기의 열기에 배우의 몸은 막이 오르면 곧바로 비 오듯이 땀이 흘러내리기 십상이다. 현대연극은 과거와 달리 무대 위에서 소리로 단순히 대사만 전달하는 표현방식에서 배우가 가지고 있는 육체를 통해 다양한 표현을 보여준다, 우리는 연극을 보러 극장에 갈 때 ‘들으러 가는 것’이 아니고 ‘보러 가자’라고 한다. 연극은 배우의 음성, 육체적 언어로 표현되는 것과 분장, 의상, 무대장치, 음악 등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종합예술을 보여주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배우(俳優)라는 말의 배(俳)자는 사람 인(人)과 아닐 비(非)의 합성으로 사람이 아니다는 뜻이며 우(優)자는 넉넉하다는 뜻이다. 직역하면 사람이 아닌 것이 넉넉하다는 말이지만 의역하면 동물이 되었다가 도둑이 되었다가 군인 등 다양한 배역으로의 변신이 다양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공연 30분 전이 되면 마지막으로 무대 바닥을 닦고 소도구를 최종점검하고 혹시나 빠진 것이 없나 하고 여러 가지를 체크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극장 입구의 하우스매니저에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알린다. 그러면 관객이 입장하고 또 한편의 막이 오른다. 그러면 관객과 배우는 90분 정도의 여행을 같이 시작한다. 물론 항상 이렇게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공연 중에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분장실에서 대기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 등장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혹은 배우가 던진 소도구에 배우의 얼굴이 찢어져 얼굴에 피가 흘러내리는데도 모르고 연기를 하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도 낮에는 상가에서 슬픔을 가득 안고 있다가도 저녁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해야 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기도 하다. 연극은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라이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곤혹스러운 것은 다른 지점에도 있다. 연극의 4대 요소는 대본, 무대, 배우, 관객이라고 한다. 모두가 중요하지만, 관객이 없으면 공연은 불가능해진다. 봐줄 사람이 없는데 공연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주는 아니고 드물게 벌어지는 일이지만 텅 빈 관객석은 반응이 없다.

요즘 공연계는 관객 숫자가 예년보다 감소하고 있다. 어쩌면 현실이 연극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들린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매일 매일 태양이 떠오르듯이 그래도 막은 오른다. 인생이 연극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