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뇌물 준 복지재단 대표 진술 신빙성, 돈 받은 사실 넉넉히 인정"…2심 "진술 신빙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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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권영세 안동시장이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권영세(63) 안동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권 시장은 2014년 5월 14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안동의 한 사회복지재단 대표 정모(58·구속)씨에게서 현금 1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권 시장에게 1천만 원의 뇌물을 줬다고 한 정씨 진술이 신빙성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5일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만 원, 추징금 1천만 원)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고 오로지 뇌물을 줬다는 정씨의 진술만으로 권 시장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뇌물 1천만 원을 마련하게 된 경위에 대한 정씨의 진술과 객관적인 계좌 거래 내역과 명백히 배치돼 신빙성이 없고, 안동시 건설국장을 역임한 A씨에게 권 시장에게 돈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권 시장에게 직접 돈을 줬다고 한 정씨의 주장 또한 믿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권 시장이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어서 설령 유죄가 의심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무죄를 받은 권 시장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시민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지만,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최선을 다해 무죄임을 밝히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부와 달리 권 시장이 1천만 원을 받은 사실을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5만 원권 100장씩 2묶음(1천만 원)을 권 시장에게 전달했다는 정씨의 진술이 일관된 점, 권 시장이 예비후보 등록 및 선거사무소를 개소한 이후인 2014년 5월 14일 오후 3시 52분께 복지재단 산하 복지사업장 계좌에서 정씨에 대한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현금 1천만 원이 인출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정씨의 부탁으로 권 시장의 선거사무소에 함께 갔던 A씨가 "정씨와 2014년 5월 14일 권 시장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 실제로 현금 전달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정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그린 권 시장의 선거사무소의 전체적인 구조와 방 위치 등이 실제 모습과 일치하는 점을 내세웠다.

1심 재판부는 "정씨의 진술 중 다소 일관되지 못한 점이 있으나 사소한 사항에 불과하고, 오히려 ‘복지사업장 원장의 요청에 따라 권 시장 선거캠프를 찾아가 현금 5만 원 권을 100장씩 묶어 2묶음 합계 1천만 원을 전달했다’는 정씨의 진술에는 일관성이 있고 신빙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도 존재한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권 시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나자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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