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 포항스틸러스 감독이 ‘파부침선(破釜沈船·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출전에 앞서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비장함을 뜻하는 말)’의 마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최감독은 5일 오전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선수단 시무식에서 “팀을 이끌고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로서 ‘파부침선’의 각오로 시즌에 임하겠다” 고 밝혔다.

한국 프로축구의 명가인 포항은 지난해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승강플레이오프 싸움을 펼치다 가까스로 9위로 마감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FA컵 2연패, K리그 클래식 우승과 K리그 역사상 최초의 더블우승, 5년간 4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던 포항으로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로 인해 2010년 레모스감독이후 처음으로 최진철 감독이 시즌중 중도사퇴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같은 굴곡을 겪었던 포항 지휘봉을 잡은 최순호 감독으로서는 그야 말로 비장한 각오로 올 시즌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포항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변화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크게 따진다면 △날로 열악해지는 예산 사정 △최순호감독의 전술적 변화 △ACL불참 등 세가지로 분류된다.

포항은 포스코를 주스폰서로 하는 국내 최초의 시민구단이지만 철강경기 침체로 인해 포스코 지원금이 삭감되면서 최근 수년간 열악한 예산상태를 보였으며,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최순호감독은 지난해 부임이후 팀 사정을 파악한 뒤 ‘어정쩡한 선수 여러 명보다는 확실한 선수 1명이 필요하다’는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제기했었다.

또 포항은 지난 시즌 9위로 마감하면서 거의 매년 출전해 왔던 ACL에 참가할 수 없게 돼 경기부담이 크게 줄어 들었다.

이같은 요인들은 결국 포항이 슬림화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적시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포항은 지난해 12월 주력 미드필더중 1명이었던 문창진과 중앙수비의 한 축이었던 김원일을 각각 강원과 제주로 내보냈다.

특히 포항 측면 수비와 공격의 핵이었던 신광훈이 FA를 통해 FC서울로 이적하면서 큰 공백이 생겼다.

이들 외에도 김준수·이재원·조수철 등을 내보내고, 기대주 정원진은 임대한 반면 지금까지 영입한 선수중에는 포철고에서 올라오는 청소년대표 이승모와 지난 시즌 인천에서 활약했던 권완규 외에는 이렇다할 전력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포항이 FA협상이 가능한 1월부터 본격적인 영입에 나서기로 한 데도 원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수단 슬림화방침이 주요인이었다.

포항은 지난해 33명의 선수단을 운영했으나 올해 효과적인 예산운영과 ACL불참에 따른 경기부담 감소에 따라 선수단 규모를 30명선 이하로 축소하는 대신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양동현·심동운 등 공격라인과 황지수·손준호 등 허리진영, 김광석과 배슬기 등 수비 주축라인을 중심으로 확실한 선수를 보강해 전력을 강화한다는 게 목표다.

국내 선수가 부족할 경우 강력한 센터백과 샤도우 스트라이커를 외국인 선수로 충원한다는 계획 아래 다각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키퍼 신화용은 아직 거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진영과 김로만 등 대체자원이 부족한 상태여서 팀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포항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지 여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중국이 이적시장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K리그 선수들의 몸값이 끝없이 오르고 있는 실정인 데다 포항이 원하는 마땅한 선수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항은 아직 원하는 선수단 구성을 마치지 못했지만 오는 10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체력을 다진 뒤 다시 제주로 옮겨와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한편 신영권 포항사장은 이날 선수단 시무식에서 “최순호 감독의 지도 아래 하나된 팀, 좋은 팀을 만드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며 “포항시민과 함께하는 스틸러스가 되자”고 밝혔다.

포항시는 올해 포항스틸러스의 선전을 기원하며 지난해까지 4억5천만원이던 지원금을 9억원으로 대폭 증액시켜 선수단에 힘을 보탰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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