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대구점, 대구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대구점 전경(왼쪽부터)
“치열하게 전쟁 중인 것은 맞는데 출혈은 없습니다. 역외 수요 흡수로 시장 파이가 커진 덕분입니다.”

지난달 15일 대구신세계백화점이 유통 빅뱅을 예고하며 문을 열었는데, 20여 일이 흐른 지금까지 지각변동은 보이지 않는다. 경쟁 백화점들의 매출이 대구신세계 오픈 이후에도 변화가 없어서다.

대구신세계는 사전 오픈 행사를 한 13~14일과 정식 개장일인 15일 3일 간 매출이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평일 평균 15~20억 원, 주말 4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2일부터 시작된 새해 첫 세일도 소위 ‘오픈 빨’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지역 백화점 업계 매출 1위를 유지해 온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평일 평균 18억 원 이상 등 기존 매출액을 유지하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있다. 이용우 홍보마케팅 과장은 “대구신세계는 명품 매장이 아니라 식당가와 식품관, 테마파크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1월이 지나면 현대백화점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롯데백화점도 대구점의 매출이 대구신세계 오픈 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서충환 홍보매니저는 “대구신세계 오픈 초반에는 매출이 5% 줄었지만, 곧바로 회복했다”며 “구경 삼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등 대구신세계의 쇼핑 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롯데백화점으로 회귀했다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유통 빅 3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한참 밀리는 대구백화점도 매출과 방문 고객 수가 줄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신세계 사회공헌팀 우병운 과장은 “경북과 경남 일부 외부 지역 고객들이 KTX와 열차,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백화점을 찾아준 덕분에 눈에 띄는 실적을 보였다”면서 “시장 나눠 먹기가 아니라 역외 수요 흡수로 인한 시장 규모 확대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찾았던 지역 고객들이 대구신세계로 몰리면서 매출 신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보탰다.

대구신세계의 등장으로 긍정적인 효과도 나오고 있다.

새해 첫 세일 기간 각 백화점이 경쟁적으로 사은품과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치열한 유통 전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에 대한 친절도가 높아졌다. 또 대규모 투자를 통한 대대적인 쇼핑 시설 리모델링에 따른 고객 편리성도 한층 높아졌고, 대규모 판매사원 채용으로 고용 창출 효과도 보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구신세계 개점 이후 시장 규모 확대로 인한 백화점 간 상생 발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사실인 듯하다. 서문시장 화재 상인 성금을 내는데도 유쾌한 경쟁을 벌이지 않았느냐”면서 “4계절이 지나봐야 백화점 간 뚜렷한 우위를 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백아웃렛이 3월 문을 여는 데다 지하철 동대구역이라는 편리성을 갖춘 일대 상권이 핫 플레이스로 성장하면 대구신세계 주변이 대구의 새 상권으로 부상할 것”이라면서 “동구와 수성구 일대 로드샵 등 중소 유통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