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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교수 법학박사
헌법은 권력구조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제가 의원내각제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논란은 입증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의 국민이 대통령제 나라의 국민보다 많은 편익을 누리고 있음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교우위는 헌법상의 어떤 권력구조의 특징과의 조합에 있어서도 성립하는 정리(定理)가 아니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혹자는 경제적 성공은 정책이나 정치적 안정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의원내각제를 강조한다. 수긍할 수 있다. 또 작금의 국정혼란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런 연유로 권력집중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그러므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뜯어고치자고 주장한다. 그럴듯한 주장이다. 선거제도나 권력구조의 개혁이 경제적 성과에 미친 효과는 정(正)과 부(負)의 2가지 효과가 모두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과가 경제적 성과를 이끌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어떤 권력구조 하에서 경제성장은 더 잘될까? 각국의 헌법이 정한 권력구조의 차이가 경제적 성과 특히,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OECD국가의 크로스 섹션 데이터를 사용하여 실증분석한 연구결과가 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정부형태와 다수제와 비례제라는 선거제도의 차이가 경제정책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분석한 연구이다.

페르손(Persson)과 타벨리니(Tabellini)는 선거 사이클과 경제정책에 유의미한 유인이 있음을 밝혔다. 선거의 시기가 제도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대통령제와 여당이 하원선거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에서는 정당과 의원(입후보자)의 행동이나 정책은 다르다. 실제로 선거 전에는 물가상승률이 낮고 경기도 좋아지나 선거 후에는 물가상승률은 높고 경기가 후퇴한다는 이른바 정치적 경제순환이 존재한다는 점을 실증분석한 연구도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경기변동이 생겼을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세계경제의 외생변수 영향이 더 크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에 미치는 정치적 비용도 작다. 결국 대통령제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라는 진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치순환과 경제정책에 관한 연구에서 중요한 결론은 권력구조보다 선거규칙이 경제정책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각제의 선거->정부의 형성->해산->선거라는 정치순환은 대통령제의 그것과는 다르며 또한 선거제도도 나라마다 다르다. 특히 대통령제의 선거 시기는 고정된 경우가 많다. 또 전국 단일 선거구 대통령 선거에서는 상수 격차가 생기지 않지만 의원내각제 선거에서는 인구동태에 의해서 정수 격차가 생긴다. 게다가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에서는 정부의 형성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정당의 유인책도 다르다.

정권을 한 차례 획득한 여당은 다음 선거에서는 선도자이며 야당은 도전자다. 야당은 득표율 최대화를 목적 함수로 설정하고 자신의 공약을 정한다. 야당의 행동을 예상하고 여당은 과점기업의 가격설정과 마찬가지로 선도자 우위성을 누린다. 즉, 여당으로서의 정책효과의 실적을 활용하여 야당과는 다른 정책과 공약을 내걸고 게임한다. 선도기업의 생산량이 추종기업보다 많아진다는 과점 모델의 명제에 따라 야당의 득표율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경제정책)을 짠다. 야당은 당연히 이 틀을 깨기 위해 꿀맛 공약을 남발하게 된다. 여야 모두 표퓰리즘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정치체제가 경제발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연구결과는 대통령제가 의원내각제보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있음을 제시하였다. 민주주의의 세부 정치제도와 경제정책 및 정책결과의 링크는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권력구조보다는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안정과 인적자본의 축적 등이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가르치는 정치과정이 경제성장에 훨씬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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