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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시인
송구의 회한과 영신의 설렘이 잇닿은 연말연시. 영겁의 시간을 나누고 희로애락의 의미를 부여함은 인간사의 단면이다. 특히 새해의 출발인 해맞이는 각오와 소망을 품는 변신으로 다가온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엔딩에 나오는 명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연정을 품었던 남자의 죽음과 낙상 사고로 인한 유산, 그리고 남편과의 이별로 피폐한 스칼렛이 대농장 타라의 재건을 꿈꾸며 혼신을 추스르는 외침이다. 그녀를 보면 니체의 ‘아모르 파티’가 떠오른다.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일약 신데렐라가 된 주인공 스칼렛 역의 비비안 리는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연기력을 펼친다.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된 성공 스토리를 가졌기에 한층 그러하다. 새해엔 새해의 태양이 뜨지 않으랴. 삶이 힘들 때면 되뇌어 보라. 솔로몬의 반지에 새겼다는 잠언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일맥상통한다.

스미소니언 국립박물관은 워싱턴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그 중의 백미는 항공우주박물관. 입구 홀에 전시된 실물을 보면 그 규모와 상징에 압도당한다.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호와 린드버그의 세인트루이스 호, 그리고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컬럼비아가 장엄하다.

해외여행하면 비행기를 연상할 정도로 보편화된 교통수단. 여행비는 항공료가 얼추 절반을 차지한다. 알뜰 관광을 위해선 교통비 절약이 관건. 저비용 항공사(LCC)는 비용을 줄여서 저렴한 운임으로 승부한다. 작년 가을 보름간 중국을 돌아다닌 나의 경우 대형 항공사의 반값 이하로 표를 마련했다. 수개월 전에 예약했고 특가를 활용한 탓이기는 하나 가격 차이가 뚜렷했다.

LCC는 항공업계의 주류로 부상했다. 20% 가까운 국제선 점유율과 국내선 여객분담률이 57%로 대형 항공사를 추월했다. 특히 가격과 서비스의 차별화가 돋보인다. 진에어는 진(Jean)의 뜻처럼 승무원이 청바지를 착용해 친근감을 꾀한다.

중국 배낭여행 시 제주항공에 탑승하여 저가의 요인을 살폈다. 우선 두드러진 절감 모습으로는 기내식과 영상 오디오 같은 편의시설이 없었다. 또한, 휴대 수화물을 제한하고 기내 면세품 판매에 적극 나섰다. 한결 촘촘해진 비행 노선과 사용료가 비싼 공항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관리비도 아꼈으리라 추측된다.

지난달 포항 공항은 두 차례에 걸쳐 베트남 전세기를 운항했다. 대로변 경축 현수막이 나붙고 환영 행사를 갖는 요란한 분위기. 곤경에 처한 지방 공항 활성화를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라 여긴다. 당시 취항한 비행기는 베트남 최대의 국적 항공사. 당연히 운임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그만큼 가격 만족도 적었을 것이다.

일부 언론과 시의원이 제기한 문제점은 마땅하다. 시민 세금이 상당액 투입된 터라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요구된다. 겨우 서너 시간 머물다 하룻밤 묵는 투자라면 그 타당성에 대한 심사숙고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물론 공공의 씀씀이가 눈앞의 손익을 재단하는 기업 논리와 같을 수는 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포항 공항에 근거지를 가질 저비용 항공사를 짝짓기하고, 영덕·경주 지역을 연계한 자유여행 또는 배낭여행 상품을 개발하여 젊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다.

문화유산이 부족한 포항으로서는 강렬한 경험을 남기는 실속적인 투어로 발상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고생한 만큼 추억을 갖는다. 앞으로 해외여행의 흐름은 그런 방향이라 확신한다.

이상식 시인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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