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영제국도 사라졌군” 1965년 처칠이 사망하자 드골의 첫마디였다. 처칠과 대영제국의 등식을 만든 것은 2차 대전이었다. 처칠은 1940년에서 1945년까지 영국 총리로 패색이 짙은 이 전쟁을 이끌면서 독일의 항복을 받아내고 승리를 쟁취했다. 독일이 항복한 날 밤 처칠은 수만 군중에게 “이 승리는 국민 여러분의 승리입니다”라며 승리의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그러자 군중들은 “아니요. 처칠의 승리입니다”라고 외치며 열광했다.

그렇게 처칠에게 찬사를 보냈던 군민들은 두 달 후 치러진 총선에서 처칠을 총리 자리에서 밀어냈다. 처칠 내각의 한 장관은 이 일을 ‘민주주의의 역사상 가장 배은망덕한 사건’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이것이 변화무상한 민심의 본질이다.

1968년 3월 파리의 대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시위가 기성 질서에 도전하는 혁명으로 번지면서 드골 대통령은 퇴진했다. ‘68혁명’으로 드골 대통령이 사임하고 69년 대선에서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는 드골의 우파인 여당 후보 퐁피두였다. 모두가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 같은 ‘퐁피두 현상’은 누구도 민심의 행방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증거다.

한국 정치사에도 ‘퐁피두 현상’을 거친 적이 있다. 87년 6·10 민주항쟁을 통해 민주화 세력은 전두환 5공 정부에서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얻어냈다. 하지만 6개월 뒤 치러진 대선에서 전두환 후계자인 노태우 후보 당선으로 국민은 망연자실했다. 야당의 패인은 김영삼, 김대중 후보의 분열 때문이었다. 당시 노 당선자의 지지율은 36.6%로 김영삼 후보 28%, 김대중 후보 27%를 합한 55%보다 18.4% 포인트가 적었던 것이다.

서경(書經)에 ‘민심무상(民心無常)’이란 말이 있다.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고 늘 변한다”는 뜻이다. “하늘은 특별히 누구에게만 가까이 하는 일 없이 오직 덕 있는 사람이면 그를 돕는다.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아 오직 혜택을 주는 사람에게 따르기 마련이다”라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지지율 높은 대선주자들 ‘김칫국’ 마시다간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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