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소방대원들이 동화사 인근 연못에서 실종된 동화사 재무국장소남 스님을 찾고 있다.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대구 팔공산에 있는 동화사의 한 승려가 동료 승려와 다툰 뒤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팔공총림 동화사에서 재무국장을 맡은 소담(47) 스님은 지난 8일 밤 10시 5분께 동화사 내에 있는 연못(동화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현장에 같이 있던 사서국장 혜룡(51) 스님이 뒤늦게 상의와 털신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소담 스님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으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튿날인 9일 낮 12시 28분께 물에 빠져 숨진 소담 스님을 발견해 인양했다.

소담 스님은 5m 깊이의 연못 중심 부분 아래에 누운 채로 가라앉아 있었으며, 저고리를 제외한 상의 내의와 바지, 양말을 착용한 상태였다.

검안의는 “특별한 외상이 없어서 익사로 추정된다. 익사 원인은 밝히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소담 스님과 혜룡 스님은 8일 업무와 관련해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혜룡 스님은 “4살 어린 재무국장 소담 스님이 지적하면서 업무를 지시해 서로 싫은 소리를 주고받았고, 갈등을 풀기 위해 오후 8시 10분쯤 인근 식당을 찾았다”고 진술했다.

밤 9시 30분께 식당을 나선 두 스님은 식당 주인의 차량으로 이동해 9시 40분께 동화지 인근에 내렸으며, 소담 스님은 휴대전화가 든 승복 상의와 털신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혜룡 스님은 “소담 스님이 갑자기 날씨가 춥지도 않네. 나 수영 잘한다고 하면서 물속으로 들어갔고, 이내 깊은 곳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는 진술도 했다.

경찰은 10일 중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가릴 예정이며,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오승철 동부서 형사과장은 “사건 현장에 소담 스님과 혜룡 스님 단둘만 있었기 때문에 혜룡 스님의 진술을 100% 믿을 수는 없다”면서 “타살 혐의점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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