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산업의 살아있는 역사였던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가 빠르면 내년초 불을 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항제철소 제 1고로는 한국 중공업 역사의 상징적 설비다.

지난 1969년 제1고로 건설에 나섰던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조상의 핏값으로 짓는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 목숨 걸고 일을 해야 한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며 공사를 추진했다.

그리고 1973년 6월 8일 처음으로 불을 지핀 제1고로는 다음날 한국 산업을 일으킨 첫 쇳물을 쏟아냈다.

한국은 이 쇳물을 시작으로 중화학공업 국가로 가는 계기를 마련했었고,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됐다.

1고로는 화입 6년만인 1979년 1차 개수에 이어 1992년 2차 개수에 들어가 생산량을 130만t을 늘리는 등 지금까지 만 23년 10개월여 동안 끊임없이 쇳물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쟁시대가 가속화되면서 가격경쟁력이 불가피해 졌고, 포스코가 성장하는 만큼 생산량 증대를 위해 생산규모도 커지면서 1고로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계속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조선 등 철강수요산업 침체로 이어졌고,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으로 인해 세계 철강업계 전체가 불황에 시달리면서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구조조정 대상의 1순위는 역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1고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민족고로’로 불려온 1고로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폐쇄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같은 고민이 수년을 이어왔고, 마침내 결정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많은 고심과 검토를 한 끝에 1고로 폐쇄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올해까지는 1고로의 불이 지펴지겠지만 언제 불을 끌 것인가는 이제 모래시계로 다가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년간 1고로와 관련한 검토를 거쳐 왔지만 지금까지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그동안 검토결과 폐쇄쪽으로 가닥은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시기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1973년 6월 9일 포항 1고로에서 사상 첫 쇳물이 쏟아져 나오자 당시 박태준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사진제공 포스코.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