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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원(주) 컬처팩토리 대표
‘난타’, ‘점프’, ‘비밥’, ‘빨래’, ‘김종욱 찾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연 작품명들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여러 가지이다. 국내에서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관객의 호응을 얻으며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10년 이상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오늘까지도 지치지 않고 공연되고 있다. 또 하나는 몇십 명의 출연진이 나오는 대형작품이 아니고 10인 이내의 강소(强小)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중 대표적으로 ‘난타’와 ‘점프’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난타’의 총누적 매출액은 3천억을 상회한다. ‘점프’ 역시 이에 못지않으며, 10년 이상 3천여 회의 공연과 현재도 공연되고 있다. 이런 실적에 따른 고용 효과도 엄청나다. 공연에 따르는 배우, 기획팀, 스탭 팀 등 일자리 창출 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뮤지컬 ‘빨래’도 좋은 예이다. 이 작품 역시 소규모 뮤지컬이지만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뮤지컬 ‘김종욱 찿기’역시 중국에 극본이 팔려 중국판으로 공연됐으며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들 작품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국내에서 해외관광객을 꾸준히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난타’와 ‘비밥’ 등은 전용관에서 공연돼 해외관광객을 꾸준히 유치하고 있는 효자문화상품이다.

그리고 이들 작품의 롱런의 비결은 무엇인가? 뮤지컬 ‘빨래’와 ‘김종욱 찾기’를 제외하고는 넌버벌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넌버벌극은 대사보다는 만국 공통언어인 육체 언어로 극을 진행함으로써 언어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다. 또 아기자기한 구성과 관객과 소통하는 극의 전개로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지역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올 6월은 대한민국연극제가 대구에서 열린다. 국제뮤지컬축제도 매년 열린다. 그러나 남들에게 멍석만 깔아주고 정작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작품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이다. 잘 만든 작품 한편이 몇천억의 매출은 물론이고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의 문화상품이 성공적으로 공연되고 있는데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부재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구·경북도 서울 못지않게 몇십 년 동안 문예 진흥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각 공연단체에 넉넉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지원을 해왔는데 히트 공연상품이 왜 만들어지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한 작품이 관객에게 알려지고 완숙된 작품이 되기까지는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작품이 초연되고 무대에 오른 작품을 토대로 수정하고 보완단계를 거치며 훌륭한 공연작품이 돼 가는 것이다. 또 관객에게 볼만한 작품이라고 소문이 나는데까지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즉 시간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문예 진흥기금은 대부분이 단발성 지원에 그친다. 그래서 지원방식 시스템의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 이름하여 ‘공연인큐베이터시스템’을 택해야 한다. 가능성 있는 작품에 대해 일회성이 아니고 다년간 지원시스템을 통해 좋은 작품을 키워내는 제도가 필요하다. 첫해에는 작가와 연출가 등의 스토리텔링과 연출의 구상단계를 거쳐 다음 해에는 ‘쇼케이스(show case)’ 형식의 공연을 전문가와 평가관객을 대상으로 벌여 좋은 평가를 받으면 3년 차에는 대폭지원을 통한 완성공연과 해외시장까지도 겨냥한 기획전략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년간에 걸친 ‘공연인큐베이터시스템’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히트 문화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즉 제작기획단계부터 지역을 벗어나 세계로 진출하려는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공연예술 지원시스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제까지 지역에 매몰되고 머물러있으면서 외국라이선스공연이나 서울작품에 자리만 제공하는 문화소비시장 역할에 만족할 것인가. 히트 공연상품 하나가 가져다주는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공연과 연계하여 국내외관광객도 넘쳐나는 문화도시를 기대해본다. 새해에는 지역공연계에서 한국공연의 희망을 발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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