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가와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경쟁이 국가나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 간의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국내 여러 도시들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도시의 파워는 면적이나 인구는 물론 지역내총생산(RGDP), 부동산 자산, 금융 자산, 지식 자산의 총량으로 규정된다.

도시가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들 요소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세계의 도시들이 ‘시티노믹스(Citinomics)’를 추구한다. 시티노믹스는 시티(city)와 이코노믹(economic)의 합성어로 풍부한 상상력, 문화, 친환경 등으로 평가된 도시경쟁력을 강조하는 신개념의 도시 경제학 용어다. 이 개념은 도시가 경제성·문화성·예술성·친환경성을 고루 구비해야 살아남고 각광받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도시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라고 인식, 세계 곳곳의 도시들이 ‘시티노믹스’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빗대 이 시대를 ‘신(新)중세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중세시대에는 국가의 파워가 약한 대신, 도시 파워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상인단체 한자(Hansa)가 발전해 ‘한자동맹’이라는 도시동맹(都市同盟)으로 성장한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자동맹 중세 도시 사이에는 자치의 확보, 치안의 유지 등의 필요성에서 도시 상호 간 정치적 ·군사적 동맹을 결성해 상생발전을 이뤘다.

한자동맹처럼 우리나라 동남권 도시들이 동맹을 결성해 올 들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울산포항고속도로(총 연장 53.7㎞) 개통으로 가까워진 포항과 울산 경주가 ‘해오름동맹’이란 이름으로 손잡은 것이다. 이들 세 도시를 합치면 인구 약 200만 명, 지역내총생산 95조 원의 메가시티가 된다. 포항의 철강 등 소재산업과 경주의 차부품, 울산의 화학 자동차 선박 등 최종재 생산의 상호 보완적 산업 형태가 큰 장점이다. 이들 신라문화권 3개 도시의 해오름동맹이 한자동맹처럼 국가 경제의 견인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시티노믹스’의 모범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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