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개인들 간의 소득 격차도 확대되었다.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는 유럽공동체를 통한 경제이익을 노동자와 공유하지 않고 기업만이 독점한 것에 대한 영국 국민의 반발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동자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이론의 주장자들은 대기업 주도 성장 이론의 토대가 되는 낙수효과를 믿지 않고 이른바 ‘분수효과’의 기능에 중점을 둔다)이 전 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우리 가계소득 중 임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85%에 가깝다. 정부는 전체 근로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라고 발표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라고 판단한다.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절반 이하(43%라는 통계도 있다.)에 해당하는 임금만을 감내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살인적인 주거비까지 감안하면 대부분의 국민은 쓸 돈이 없는 상태다. 지난 총선 직전, 여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4년 후 20%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들도 소득 양극화로 인한 소비절벽의 극복이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무엇이 차별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위 법률 위반으로 처벌되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도 차별적 처우 금지의 명문 규정까지 두고 있지만, 이 또한 ‘무엇이 차별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가 함께 참여하여 직무에 대한 평가 기준의 확립하도록 강제하고, 연공서열제 등 임금제도의 개선 및 연대임금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웨덴의 살트셰바덴협약이나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의 한국판(韓國版)이 절실하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실현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굳이 비정규직(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을 고용하거나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보장은 곧바로 고용안정으로도 이어진다. 중간 소득 이상을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보다는 최저 임금 이상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가 삶에 대하여 더 행복감을 느끼고,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만고(萬古)의 진리다. 지난해 말 황망한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어 행복하였다. 이런 것이 바로 촛불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정치요, 나라를 구하는 경제적 구급방(救急方)이 될 것이다. 국회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