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신문 경제면을 보지 않아도
소상히 알 수 있네

우리 동네 노점상들의 수효가
미나리, 상추, 마늘, 풋고추 늘어놓고

햇빛 따가운 대낮에도
병아리처럼 깜빡깜빡 졸고 있는
노점상들의 수효가
하루 사이로 늘어만 가네

먹을거리를 팔던 노점상들이 이제는
싸구려 옷가지와
가난한 사람들의 일용품을
내놓기 시작하네

그리하여 어느 새
조그마한 무허가 시장이 되어버렸네

(중략)

동리 사람들은 이 무허가 시장에서
무허가로 팔리는 물건을
무허가로 사들이네

무허가 시장에서 사랑을 사들이네

무허가 시장에서 자유를 사들이네

(하략)





감상) 놀이터 양지바른 구석에 새싹이 몇 돋아났다. 이 겨울에 어쩌자고…… 오가는 길에 살폈는데 제법 자라나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곧 꽃이라도 피울 기세다. 겨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막무가내로 싹을 들이밀었을 푸른 것, 무허가 계절에서 끝까지 버텨가기를.(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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