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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주 신화법률사무소 변호사
문)=갑은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운전 부주의로 을의 차량을 추돌하여 인적·물적 피해를 입혔습니다. 갑은 사고 직후 동승한 그의 처 병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한 후 자신은 사고현장을 이탈하였으며 병이 피해자의 구호조치 및 사고처리를 하였습니다. 이 경우 갑은 도주한 것으로 되어 가중처벌을 받아야 하는지요.

답)=흔히 ‘뺑소니’라고 속칭되는 도주차량 운전자를 규율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은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 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의 운전자(이하 ‘사고운전자’라 한다)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도로교통법’제54조 제1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 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는 갑이 위와 같은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하기는 하였으나 그의 처인 병에게 부탁하여 병이 피해자의 구호조치 및 사고처리를 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위 규정에 위반한 것으로서 도주차량 운전자로서 가중처벌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이에 관하여 판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이 정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하는데, 교통사고 시 피고인이 피해자와 사고 여부에 관하여 언쟁하다가 동승했던 아내에게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며 현장을 이탈하고 그의 아내가 사후처리를 한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호하지 아니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도2843 판결).

위 사안에서는 갑이 직접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하기는 하였으나 갑의 처인 병에게 구호조치를 부탁했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병이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 및 사고처리를 다 하였으므로, 갑이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갑이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으로 처벌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규정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 구호조치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자를 통하여 할 수도 있으나, 실제 사안에서 타인에 의한 구호조치가 자신의 구호조치와 동일시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고 하더라도 일단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피해자의 구호조치를 취하는 것이 뺑소니범으로 몰리는 낭패를 미연에 방지하는 길일 것입니다.

임정주 신화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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