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대만에 온 마을을 공포에 몰아넣는 무서운 악습이 있었다. 3년마다 한 차례씩 사람의 머리를 베어 그 머리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그 마을엔 주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오봉이라는 덕망 높은 지도자가 있었다. 오봉은 이 악습을 고치려고 여러 해 동안 마을 사람들을 붙들고 설득했다. 하지만 오랜 인습을 고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오봉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제안을 하나 했다. “여러분의 생명을 앗아가는 이 악습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많은 선각자들이 이 악습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소. 그렇지만 올해만은 내 말을 들어주시오. 내가 정하는 사람의 머리를 바치기로 합시다” 오봉의 제안을 반대하는 마을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

오봉은 말을 이었다. “내일 저녁 무렵 이 마을 어귀의 숲길을 지나가는 흰옷 입은 사람의 목을 베어 제사에 받치기로 합시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오봉의 말대로 흰옷을 입은 사람이 숲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숲 속에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은 뛰쳐나와 흰옷 입은 사람의 목을 벴다. 목을 들고 제단의 불 앞으로 몰려온 사람들은 아연실색 통곡을 했다. 그 잘린 머리는 자신들이 그토록 존경해 오던 지도자 오봉의 머리였던 것이다.

이 일이 있은 뒤 온 마을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던 악습이 사라졌다. 자신의 목숨을 던진 한 사람의 살신성인의 희생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던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낸 것이다.

맹자는 “목숨을 버리더라도 의를 취하라”는 ‘사생취의(捨生取義)’를 강조했다. 지금 이 ‘사생취의’의 결단이 가장 절실한 데가 지리멸렬의 새누리당이다. 인적 청산을 싸고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등 친박 핵심들과의 진흙탕 싸움이 당을 사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인적청산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비박계의 분당으로 폐사 상태에 빠진 여당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처방이나 다름없다. 핵심친박들은 패거리 아집을 버리고 ‘오봉의 사생취의’를 배워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