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행정리에 있는 전통예절원 ‘예다원’(대표 이혜경)에 따르면 예다원이 키워온 수탉 ‘숫돌이’가 지난 12일 다른 닭 4마리와 함께 AI 예비적 살처분 차원에서 매몰됐다.
7년여 동안 가족처럼 함께해온 숫돌이를 갑작스럽게 보낸 예다원 식구들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대표 이씨는 숫돌이가 6년 전 아들과 지난해 5월 딸 전통혼례 때 남성의 상징으로 날렸던 닭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
다른 수탉 가운데서도 제일 씩씩하고 씨받이 역할도 잘해 남편과 “자연사할 때까지 기르자”고 약속했던 닭이다.
7년 전 강원도 홍천에 사는 지인이 “집이 좁으니 가져가서 넓은 곳에서 키워보라”며 줘 병아리 때 데려왔다.
2013년에는 산짐승이 내려와 키우던 20여 마리를 모두 잡아갔는데도 숫돌이만 살아남았다.
이씨는 다른 닭들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 살았다고 “멍청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꿋꿋이 살아남아 고맙다고 “씩씩이”라고 더 많이 불렀다.
이씨는 “AI가 발생한 학곡리와 10㎞ 가까이 떨어진 데다 멀쩡한 닭들이 살처분됐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연이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지인들에게 알려지면서 이씨를 위로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예절강사 출신인 이씨는 10여년 전 횡성으로 이사한 뒤 예다원이라는 이름으로 예절과 전통 다도와 꽃차 수업 등을 하면서 전통혼례 연출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