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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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반기문 전 유엔 총장이 대선판에 뛰어들어 세인의 관심이다. 최순실 사태와 탄핵정국 이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부동의 선두를 차지한 대선 구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공화당이 일으킨 워터게이트 이후 민주당이 집권한 미국판이 될 것인가, 전두환 정권을 거부한 1987 대선에서 야당의 분열로 민정당 후보 노태우가 당선된 선거판이 되는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번 대선판에 새로운 변수라는 게 국제사회의 진단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반(反) 기득권 정서가 확산되면서, 한국 유권자들이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난해 12월 12일 보도했다. 오랜 정치부패와 정경유착, 연고주의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하순 블룸버그도 “이 시장은 한국의 버니 샌더스”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인들은 샌더스 대신 힐러리 클린턴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택했던 미국인들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까지 했다.

샌더스가 제기한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미국 대중이 환호했다. 올해 우리 대선도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다. 87년 이후 역대 민주정부도 보수지역정당인 양당 담합 정치체제의 하나에 불과했다.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빈부 격차 해소, 재벌체제 해체 등을 주장해온 이 시장이 ‘87년 체제’ 이후 누적된 한국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시원한 ‘사이다’ 역할을 하고 있다.

여론 조사상 4강인 문재인, 반기문, 이재명, 안철수 중에 이재명은 1964년생(주민등록상)이니 최연소다. 그의 뿌리를 보니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난 경주이씨다. 한 때 ‘공돌’이라 불리는 노동자 출신이다. 중등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인 10대 때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해 왼팔이 구부러져 있다. 그는 검정고시로 대학을 가 사법시험으로 변호사가 돼 일거에 인생판을 바꿨다.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고 돌봐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연유다.

이 시장이 인구 98만의 거대 기초지방자치단체이자 부자와 빈자가 함께 있는 성남시 경영에 성공한 지방자치단체장이란 중평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조차 현재로선 낮다. 유사한 사례로 밑바닥 인생으로 시작해 성공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꼽힌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201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는 실패했다. 당내 패권세력이 대통령 후보를 만든다. 이 시장은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의 ‘기득권층 카르텔’을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마약상들에 대한 무자비한 유혈진압을 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연상된다. 이재명이 선동가로 남을지, 이상을 구현하는 경세가가 될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이 반기문에게 인생 3모작이라면, 이재명에겐 필생의 소명(命)이다.
온통 대선 후보감에 쏠려있다. 하지만 정작 빠져 있는 게 있다. 무엇을 해결하는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다. 정치적 정체성을 알기 위해 흔히 보혁(보수혁신, 요즈음은 보수 진보) 구분이 있지만 단언컨대 그건 서양 선진국의 구분이고 한국에는 그런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정당체제가 아니다. 현재의 우리 삶을 규정하는 체제를 유지하려는 수구(守舊)와 이를 바꾸려는 개혁, 이 두 가지로 선명하게 보면 된다. 수구 인사들이 현재 여야 정당에 둥지를 틀고 보수와 진보로 위장해 혹세무민하고 있다.

적폐 청산과 진정한 (대의) 민주주의의 회복, 우리가 살고 싶은 새로운 공화국은 이 두 가지를 먼저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문제 제기는 쉬우나 해결은 쉽지 않다. 대선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기보다는 해결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4·13 총선 시 새누리당 막장 공천의 반사이익으로 여소야대가 된 민주당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를 보면 성과 없는 박근혜 정부와 얼마나 다를지 걱정이다. 서민의 애환이나 이 나라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저 높은 곳에서 정치를 ‘생계’로 ‘취미’로 삼고 있는 국회를 보면 더욱 걱정이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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