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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은 사람의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규범이다. 법이 없으면 인간 사회는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약육강식의 동물적 혼돈상태가 될 수 있다. 법은 성문 규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법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법을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법의 이념도 중요한 기준의 하나이다. 법의 이념은 여러 견해가 있지만, 대체로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이라고도 한다. 먼저, 법은 정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누구나 정의로운 사회, 반칙 없는 사회에서 살고자 원하기 때문에 법의 가장 중요한 이념은 정의이다.

청탁금지법은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의실현에 도움이 되는 입법이다. 다음으로 입법자는 법률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입법을 하므로, 합목적성이 법의 이념으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의 제1조에서는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말하는데, 법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금지가 주된 목적이다. 그래서 청탁금지법 제1조에서 이 법의 목적으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청탁금지법은 그 제정이유에서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으로 인하여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공정사회 및 선진 일류국가로의 진입을 막는 최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라고 현재 우리나라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서 공직자에 공무원 이외에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을 포함시키는 것은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하여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의 부패·비리사건이 형법이 아닌 청탁금지법이라는 특별입법으로 규제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였는지 궁금하다. 

또한, 그로 인하여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이 위기 상황에 직면할 정도로 심각해서 입법으로 규제할 지경에 이르렀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더욱이 교원이나 언론인의 부패가 공정사회 및 선진 일류국가로의 진입을 막는 최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입법제안자의 판단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힘이 든다. 이런 점에서 청탁금지법의 합목적성은 부족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법의 이념은 법적 안정성이다. 법이 조령모개식으로 자주 개정되거나 수정돼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법으로서의 가치는 훼손되어, 준법의식까지 미약해진다. 법적 안정성은 법의 해석에서도 유효하므로 논리적 일관성 있게 법을 해석하여야 하고, 법의 해석이 시류나 여론에 휘둘려서는 더욱 안 된다. 

최근 청탁금지법의 주무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교사가 스승의 날에 학생대표가 제공하는 카네이션을 받는 게 청탁금지법 위반인지 여부에 대한 해석에서 종전의 금지 해석을 번복하면서 학생 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담임교사 등 학생의 평가·지도를 상시로 담당하는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은 청탁금지법상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긍정하였다. 이런 해석이야말로 법적 안정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시류에 따른 것이다. 도대체 카네이션이 의미하는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여 아쉽기 그지없지만, 그것 역시 부득이 긍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카네이션이 청탁금지법 제2조 제3호의 금품 등에서의 재산적 이익과 편의 제공이라고 해석하는 기발한 발상에는 할 말이 없고, 왜 그렇게 해석하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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