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왕국 신라의 서예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신라의 서예’(정현숙·도서출판 다운샘) 최초의 책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6세기부터 10세기까지의 500년 신라 글씨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신라 서예의 시원과 정체성, 그 영향과 주변국과의 상관성, 그리고 다양성을 논하고 있다.

금석, 목간, 토기에 쓴 글씨를 보면 삼국기에는 고박한 서풍을 묘사해 신라인의 토속적 면모를 드러냈다. 통일기에 이르러 왕실과 귀족층을 중심으로 당풍의 해서와 행서를 수용하면서 점차 정형화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동시에 고신라풍의 글씨도 무명 서가들에 의해 면면히 전승됐다.

8, 9세기에는 김생, 요극일, 최치원과 같은 명서가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당풍에 자가풍을 가미해 신라 글씨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처럼 신라는 초반에는 고유한 서풍을 지켰고, 후반에는 외래 글씨와 토착 글씨를 융합해새로운 서예문화를 창조했다.

이; 책은 신라 서예에 관한 글을 3부 10장으로 구성한 책이다. 3장으로 묶은 1부 ‘신라 서예의 시원과 정체성’에서는 북위와 남조 서예의 연관성을 통해 신라 서예의 시원을 찾아보고, 신라 석문의 글씨를 통해 신라 서예의 정체성을 밝혔다.

역시 3장으로 구성된 2부 ‘신라 서예의 영향 및 주변국과의 상관성’에서는 창녕지역에서의 고신라와 통일신라 서예의 영향 관계, 인접한 가야 서예와의 친연성, 교섭이 있었던 중국 서예와의 상관성을 살폈다.

4장으로 엮은 3부 ‘통일신라 서예의 다양성’에서는 먼저 통일신라 서예 전체를 개관하고, 묵흔이 살아 있는 목간의 글씨를 탐구했다.

또 불교가 융성했던 8세기의 목판본 경전 글씨를 관찰하고, 9세기의 선종 사찰인 보림사 금석문의 글씨, 그 중에서 특히 선사비의 글씨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출토된 문자 자료와 그에 관한 주장들을 대부분 반영하고, 모든 서사 재료에 쓴 글씨를 도판으로 싣고, 장별 한·영 요약문을 별첨하고, 언급된 한·중의 작품들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연표를 제공한다. 따라서 신라 서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논리적·시각적으로 크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저자 정현숙은 대구 출생으로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원광대에서 한국서예사로 미술학석사를, 펜실베니아대학(UPenn)에서 중국미술사로 철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원광대학교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다.

저서로 ‘월전 장우성 시서화 연구’(공저), ‘서예가 보인다’(감수), ‘신라의 서예’등이, 역서로 ‘서예 미학과 기법’, ‘미불과 중국 서예의 고전’, ‘광예주쌍집’(공역)이, 그리고 서화 관련 논문 약 25편이 있다. 기획 전시로는 ‘옛 글씨의 아름다움’, ‘20세기 한국수묵산수화’, ‘당대 수묵대가: 한국 장우성·대만 푸쥐안푸’, ‘한국수묵대가: 장우성·박노수 사제동행’, ‘서예, 우리 붓글씨 예술의 세계를 찾아서’, ‘김충현 현판글씨’등이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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