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처럼 살며시
여름이 사라졌네-
너무나 살며시 사라져
배신 같지도 않았네-
고요가 증류되어 떨어졌네.
오래전에 시작된 석양처럼,
아니면, 늦은 오후를
홀로 보내는 자연처럼-
땅거미가 조금 더 일찍 내렸고-
낯선 아침은
떠나야 하는 손님처럼
정중하지만, 애타는 마음으로
햇살을 내밀었네-
그리하여, 새처럼,
혹은 배처럼,
우리의 여름은 그녀의 빛을
미의 세계로 도피시켰다네.
감상) 한 종교인이 기도를 했다. 제발 하느님을 한 번만 보게 해 달라고 밤새도록 기도를 하고 일어났을 때 그는 그의 바로 옆을 지키는 아내의 얼굴이 바로 하느님의 얼굴이라는 걸 알았다. 바로 옆에 있어서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 지난여름도 그러했다.(시인 최라라)
- 기자명 에밀리 디킨슨
- 승인 2017.01.17 17:57
- 지면게재일 2017년 01월 18일 수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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