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살로메가 등단 12년 만에 펴내는 첫 소설집이다. ‘라요하네의 우산’, ‘암흑식당’ 등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고른 성취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은, 섬세한 미문 대신 투박하고도 중성적인 문체로 사회 저변의 다양한 인간상과 그들의 관계성, 그리고 개개인의 내면을 날카롭고도 풍요롭게 조명해나간다.

세련되고 인공적인 미학이 주조를 이루는 있는 한국단편소설의 조류에서 비켜나 돌밭 같은 길을 가는 듯한 그녀의 소설은 인간 존재의 복합성에 대해 불편할 정도로 들여다보고 있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우리가 소설에서 요구하는 올바른 윤리성과 건강함을 획득하고 있다.

이런 재미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이 한 번쯤은 찾아오는 소설들이다.

김살로메 소설가
저자는 말한다.

“소설을 쓰고 있으면 어쩐지 솔직해지는 감정이 몰려왔다. 아마 내 안의 위선과 진실, 내 안의 악마성과 순진성 사이에 소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 두 옷자락의 경계를 즐거이 또는 위태롭게 스쳐 간 여정이 소설의 흔적으로 남았다. 새벽이 올 때까지, 제법 긴 그 마법의 시간을 좋아한다. 몇 시간이라도 한 시간처럼 몰입하며 쓸 수 있되, 착하게 쓰지 않아도 되는 그 소설적 시간을 사랑한다. 착한 마음도 못된 소설도 ‘버려야’ 잘 써진다는 것도 깊은 밤이 가르쳐준 지혜였다. 이 소설집을 계기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소설이 오는 대로 받아 적기로 한다. 소설이란 살아내는 사람의 자연스런 방식 안에서 말해지는 거니까.”

저자는 안동에서 태어나 열두 해를 살고 대구로 터전을 옮겨 경북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폭설’이 당선된 걸 계기로 소설을 쓰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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