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내남면의 산길을 걸었다. 길가의 찔레 덤불 속에서 잿빛으로 변한 오목눈이의 빈집 하나를 발견했다. 작은 몸집의 오목눈이가 지푸라기를 물어다 지었을 그 둥지엔 온기는 물론 깃털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도 한 때 그 둥지 속에서는 파란 하늘색의 알들이 부화하고,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가 쉼 없이 들락거렸을 것이다.

산골 마을을 걸어 들어가다 오목눈이 빈 둥지 같은 집 한 채를 만났다. 한 때 부엌에서는 된장국이 끊고, 방에선 두런 두런 얘기 소리가 흘러나왔을 그 집 마당엔 깨진 바가지와 녹슨 호미, 비닐 조각들이 나뒹굴고 있다. 이처럼 비어버린 집들이 전국에 수십만 채가 될 것이라 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전국에 빈 아파트와 주택을 합하면 빈집이 모두 107만 채나 된다. 2000~2010년 빈집이 51만 채에서 79만 채로 10년 동안 28만 채 늘어났지만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사이에는 이에 버금가는 25만 채나 급증했다.

우리보다 더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은 주택의 13.5%, 850만 채가 빈집이라 한다. 일본은 빈집문제 해결을 위해 ‘빈집 뱅크’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빈집 물건을 소개하고 집주인과 입주자 사이에 중개도 하는 제도다. 하지만 빈집은 더욱 늘어나 골칫거리라 한다. 단카이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사망률이 올라가는 오는 2020년부터는 매년 20만~30만 채의 빈집이 나올 것이라는 추산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30.5%, 2040년에는 4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전역의 주택 절반이 빈집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다. 지난해 3천704만 명이던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천702만 명, 내년 3천693만 명, 오는 2019년 3천679만 명으로 감소세가 가팔라진다. 일본이 ‘빈집열도’가 된 것은 생산인구 감소 시점에 주택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경북 지역도 포항과 구미 등 도시지역에 주택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경북지역에 오목눈이 빈 둥지 같은 온기 잃은 빈집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일본형 빈집 쇼크’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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