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은 이마트 포항 이동점의 가공식품 설 선물세트 코너에서 한 고객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하경미 기자 jingmei@kyongbuk.com
지난 주말 직장인 정지혜(34·여·포항) 씨는 백화점을 찾아 친척과 지인에게 줄 설 선물세트를 살펴봤다.

정씨는 “김영란법 영향인지 5만원 이하 세트가 생각보다 많았다”면서 “5만원 이하 세트가 부담이 없어서 건강제품 위주로 몇 개 구매했다”고 귀띔했다.

포항의 유통업계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오는 28일 설을 앞두고 우려와 달리,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좋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통업계가 김영란법에 맞춰 앞다퉈 5만원 이하의 다양한 제품을 개발 한데다 콧대 높았던 백화점마저 5만원 이하 저가 상품에 대해 무료 배송에 나서는 등 고객의 구매욕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지역 유통업계는 19일 “롯데백화점 포항점 등의 설 선물세트 본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최대 30% 신장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포항 이동점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설 선물세트 본 판매에 들어가 18일까지 전체 세트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30% 올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거의 없는 축산(정육) 부문이 42%로 가장 많이 역신장했으며, 굴비와 옥돔 등 고가세트가 많은 수산 역시 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웰빙 바람에다 보관 기간이 길고 5만원 안팎의 저가 세트가 많은 건강식품의 매출은 125%나 신장해 대조를 보였다.

더욱이 매출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청과 등 농산 부문의 선전이 돋보였다.

지난해 추석 명절부터 타킷 수요층이 겹치는 제품끼리 같이 진행하는 일명 ‘콜라보레이션(콜라보) 마케팅’ 제품을 다수 선보인 청과 등 농산 부문은 54% 상승했으며, 명절마다 저가 세트로 인기를 끌던 통조림 등 가공도 38% 올랐다.

최윤석 이마트 포항 이동점 파트장은 “김영란법에 따라 고가세트가 많은 정육이나 수산은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콜라보 제품 등 적극적인 아이템 개발이 전체 선물 세트 매출 신장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분석했다.

다른 유통업체보다 일찍 선물세트 판매에 나선 롯데백화점 포항점의 매출은 지난 2일부터 17일간 전년에 비해 8.2% 상승했다.

롯데 포항점은 5만원 이하 상품 개발은 물론 백화점 최초로 5만원 이하 저가 상품에 대해 무료 배송을 하는 등 서비스 질 향상을 원인으로 내다봤다.

품목별로 고가 세트가 많은 갈비와 굴비는 30%와 7% 각각 역신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 실적이 저조한 데 따른 기저효과뿐 아니라 ‘김영란 세트’처럼 5만원 이하 아이템의 등장으로 청과는 97% 신장했으며, 오징어채 등의 건어물 59%, 건강 36% 등은 판매 실적이 올랐다.

반면 본 판매에 조금 늦게 뛰어든 탑마트 포항 우현점은 지난 13일부터 엿새간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에 비해 44% 하락했다.

박용근 탑마트 우현점 선임 부점장은 “5만원 이하 선물세트 위주로 진열했지만, 아직 고객의 움직임이 적다”면서 “점포 특성상 설 2~3일 전 명절을 코앞에 둬야 세트 구매에 나서는 고객이 많아 다음 주에 구매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19일 찾은 탑마트 포항 우현점에서 고객들이 과일 설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탑마트 우현점에서 판매 중인 과일 세트 대다수가 5만원 이하로 구성돼 있다. 하경미 기자 jingmei@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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