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 관광 음식 박람회’ 개막식 환영 만찬에 차려질 안동종가음식 9첩반상.
경북도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온주법, 시의전서 등 식경이 4권이나 보존되어 있는 경북 한식에 대한 식객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식은 종가 음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고조리서가 단 한권도 없는 현실에서 남겨진 고조리서 30여 종 대부분은 유가의 제례와 깊은 관련을 맺으며 전승이 되어왔다. 종가의 덕목은 ‘봉제사 접빈객 ’(奉祭祀 接賓客)이다. 각 문중마다 고유의 제례음식이 전해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술은 접빈과 제례음식에서 제일 중요했던 음식이었다. 경북지역의 대표적 3대 고조리서인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 ‘온주법’에 320여 가지의 음식 가운데 술이 154 종류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술 이외의 음식에 있어서도 종가마다 긍지가 묻어나는 특징이 있다. 류성룡 종가에서는 서애가 생전에 즐겨먹었던 ‘중박계’라는 과자를 올리고 풍산 소산의 안동김씨 종가에서는 ‘무익지’라는 음식을 내놓는데 조상을 공경하는 ‘효도음식’인 셈이다. 그리고 퇴계종가에서는 유밀과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 사치하지 말라는 퇴계 선생의 유언 때문이다. 대신 자손번창의 의미를 담은 ‘잉어찜’이 올라간다. 경북은 전국 고택의 60%가 몰려 있고 그중 문화재로 지정된 경북도내 종가만 해도 120여 곳에 달한다. 경북이 필연적으로 한식문화의 보고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북의 한식은 이렇듯 종가의 내림음식으로 이어져 왔다. 왕실의 음식이 반가로 전파되거나 종가의 음식이 역으로 왕가에 전파되기도 하면서 오늘날 봉제사 접빈객으로 상징하는 종가음식 문화가 정착이 되었다.


△종가음식의 재현 및 현대화

음식은 어떤 면에서 문화의 완성이다. 특히 경북처럼 음식문화에 대한 깊은 뿌리를 천착하고 있다면 고택과 종가 등 밀접한 연관 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고유한 특질의 음식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 전만 해도 종가의 음식은 종부에서 종부로 이어지는 가승의 예에 지나지 않았다. 누가 공부하려고 해도 반가의 특성상 굳이 이것을 외부로 드러내려 하지 않아 대중화에 애로가 많았다. 이 같은 흐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안동을 중심으로 고택이 개방되기 시작하면서 종가음식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시선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택이 개방되면서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음지에 있던 종가문화가 양지로 나옴으로써 음식을 품고 있던 선비정신 또한 자연스럽게 외부로 송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동을 비롯한 개방된 고택의 경우 주말이나 휴가철, 여름이면 방이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고택이 숙박으로 인기가 높은 것은 그 정취의 멋스러움에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찾는 경우도 흔하다. 몇 백 년 된 나무로 지은 집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먹으면서 더불어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반가의 정신적 자양분도 함께 흡수하는 것이다.

종가음식이 고택을 넘어 대중화의 길로 들어서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신라호텔이 올해부터 대표적 반가 음식인 수운잡방의 조리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그 대표적 성과일 것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시대적 요구와 더불어 그전부터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다. 고조리서 음식디미방을 보유하고 있는 영양군은 2006년부터 음식디미방에 수록된 146종의 음식조리법의 재현작업을 두들마을 전통한옥체험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상주 또한 노명희 시의전서전통음식연구회 대표를 중심으로 고조리서의 음식을 재현하는 등 시의전서의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안동의 경우는 종가음식의 재현 및 현대화를 위해예미정이라는 종가음식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한지가 몇 해가 되었다.


△수운잡방

수운잡방은 안동 오천군자리 광산김씨 예안파의 시조인 능수 김효로의 둘째 아들인 탁청정 김유(1481~1552)와 그의 손자인 김령(1577~1641)이 공동 저술한 한문본 음식조리서다. 이후 수운잡방은 김유의 3형제 가운데 막내인 설월당 김부륜 가문에서 보유해오다 관리의 문제로 경북대에 영구 기증한 책인데 거의 500년만인 80년대에 안동대 윤숙경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해제되어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모두 121항으로 되어 있는 수운잡방은 술과 누룩에 관한 것이 59항으로 거의 주방문(酒方文)에 가까운데 벽향주 빚는 대목 같은 데서는 가양주를 뜻하는 오천양법이라고 적시해 놓고 있다. 수운잡방에는 또 오천가법인 식초 만드는 법 6항목, 간장 10항목, 채소저장법 2항목, 기타 조리법 15항목으로 분류해놓아 조선 중기 이전의 식생활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특히 김치 담그는 법을 15항목으로 정리하여 소개하한 대목에서는 김치의 한문식 표기법인 침저(沈菹)와 침채(沈菜)를 혼용하고 생선으로 만든 자를 식해(食?)로 한 것은 음식 명칭의 변천사 즉 어문학사 측면에서도 귀중한 자료로 추정된다. 특이한 것도 눈에 뛴다. ‘채유’기록이 그것이다. 수운잡방에 언급된 타락은 소젖을 말하는데 따뜻한 곳에 두었다가 막걸리나 초를 혼합하여 발효시켜 먹던 음식이었다. 흔히 지금 우리가 식후에 소화재로 먹는 야쿠르트가 실은 서양음식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민족이 즐겨먹던 음식이었던 것이다.


△음식디미방

음식디미방은 여성군자 장계향이 지은 한글로 된 국내 최초의 요리서이면서 동아시아 최고의 식경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음식디미방에는 조리법이 크게 3종류로 나눠져 있다. 변병류 편18개 항목, 어육류 편 74개 항목, 주류 및 초류 편 54개 항목이다.

이문열의 소설 ‘선택’은 문중의 윗대 할머니인 정부인 안동장씨를 주인공으로 해서 쓴 장편소설이다. 장계향은 선조 31년(1598) 안동 서후면 금계리에서 태어났다가 숙종 6년(1680) 83세의 일기로 타개했다. 음식디미방은 장계향이 말년인 1670~1680년 사이에 쓴 것으로 추측되는 데 146항목의 조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아직까지 이본이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으로 갈암 이현일 가문에서 전해져 오다가 현재는 경북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음식디미방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60년 고병간박사 송수가념논총에 수록된 김사엽 박사의 논문을 통해서다. 그후에도 손정자교수(1966년)와 황혜성음식연구가(1976년)에 의해 한국요리백과사전 고조리서 편에 음식디미방이 실리고 다시 안동대 윤숙경 교수(1999년)가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조선중기 음식법에 대한 조리학적 고찰에 대한 논평’을 정부인 안동장씨 추모학술대회에서 발표함으로써 크게 알려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2006년 경북대 국어국문과 백두현 교수가 당시 어원을 추적하고 주해한 ‘음식디미방 주해’(글누림 刊)를 펴냈다. 음식디미방의 가치는 남성이 쓴 여느 고조리서와 달리 거의 중국 음식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경북북부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던 음식조리법과 집안에서 내려오던 비법 그리고 스스로 개발한 음식비법을 기록했다는데 있다. 특히 이 책의 내용 중 맛질방문이라고 부기된 것이 16종이나 되는데 이는 수운잡방의 오천가법과 마찬가지로 장계향이 예천 맛질 출신의 첨지 권사온 딸인 친정어머니 권씨의 음식 솜씨와 비법을 전수받았음을 의미한다.


△시의전서

상주시에서 활발하게 연구 전승되고 있는 시의전서(是議全書)는 1919년 심환진(沈晥鎭)이 상주 군수로 부임한 당시, 상주의 반가에서의 요리책을 베껴둔 필사본이 그의 며느리인 홍정(洪貞) 여사에게로 전해진 것이다. 조선 말엽의 요리책이지만 수운잡방이나 음식디미방처럼 명문종가에서 전해지지 않은데다 지은이를 알 수가 없어 기실 이들 고조리서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었다. 상편과 하편 2편으로 이루어진 1책으로 구성된 시의전서에는 1800년대 말엽 조선의 17종의 술빚기 방법은 물론 식혜와 감주 사이의 관계를 밝혀져 있는데다 비빔밥이란 용어가 문헌상 처음으로 언급되는 등 한국 요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반상도식은 매우 귀한 것으로 구첩반상·칠첩반상·오첩반상·곁상·술상·신선로상·입맷상 등의 원형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더불어 술의 종류, 식품의 종류, 건어물의 종류, 채소의 종류가 매우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식품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온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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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달 경북스토리텔링운영위원장
온주법은 안동시 내앞 의성김씨 낙봉파 김시우씨가 소장하고 있던 1700년대 후기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한글 조리서로.총 22면으로 이루어졌다. 순 한글로 기록된 이 책은 1987년 발굴이 되었는데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에 관한 기록이라기 보단 접빈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병과류 6항목, 반찬류 2항목, 누룩 만드는 법 2항목, 나머지 46항목은 술에 관한 기록이다. 그 외에도 술과 장을 담그지 않은날이 적혀 있으며 뒤편에는 조약법과 염색 의복 관리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수운잡방과 음식디비방 시의전서에 기록이 없는 약밥과 잣죽에 관한 기록을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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