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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의 고전시담]이청조(李淸照) 하일절구(夏日絶句)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록일 2017년01월22일 16시30분  
生當作人傑 (생당작인걸·살아서는 세상의 호걸이 되고)
死亦爲鬼雄 (사역위귀웅·죽어서는 귀신의 영웅이 되었네)
至今思項羽 (지금사항우·이제 와 항우를 그리워함은)
不肯過江東 (불긍과강동·강동을 건너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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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전 검찰총장
이청조는 중국 북송의 시인으로 호는 이안거사(易安居士)이다. 문학적 재능이 중국 최고라고 평가받는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의 뒤를 이어 송사(宋詞)의 최고 수준을 보여 줌으로써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발산 기개세(力拔山 氣蓋世·힘은 산을 뽑고, 기상은 세상을 덮을 만하다)’의 기운을 가져 “초나라에 세 집만 남더라도 진을 멸할 나라는 반드시 초나라일 것이다(楚雖三戶 亡秦必楚)”라는 예언을 실현할 뻔했지만 무모한 데다가 지혜마저 부족하여 이를 실패함으로써 역사적 평가가 박했던 항우는 오히려 이 여인의 이 시로 인하여 명예를 회복하는 운을 얻었다.

항우의 물러남에 대하여는 참으로 의견이 분분하고, 수많은 재사들이 앞다투어 나섰는데, 이청조에 앞서 당나라 시인 두목은 ‘제오강정(題烏江亭)’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勝敗兵家事不期 (승패병가사불기·승패란 병가에서 기약할 수 없는 것) 包羞忍恥是男兒 (포수인치시남아·수치를 안고 부끄러움을 견디는 게 남아라네) 江東子弟多才俊 (강동자제다재준·강동 자제에 뛰어난 인재 많다 하니) 捲土重來未可知 (권토중래미가지·흙먼지 일으키며 다시 왔다면 어찌 되었을지 알겠는가)

두목은 항우가 돌아가 재기를 도모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여긴 반면,이청조는 당당히 포기하고 끝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 항우의 경우를 빌려 오랑캐라고 경멸하던 금나라와 싸워 보지도 않고 투항해 버린 남송 황실과 조정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짧은 절구 속에 평이한 어조로 담아내고 있다.

여인의 단심(丹心)이 참으로 붉다.

인생살이는 어렵다. 늘 선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포기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맞느냐 틀리느냐, 또는 천도天道에 부합하느냐의 여부는 그다음 문제이다. 그래서 미리 천명을 알고자 노력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0년 11월 중국 제남시 표돌천(?突泉) 내 이청조 기념관에서 이 멋진 여인과 ‘하일절구’를 동시에 보는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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