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외버스터미널 앞의 큰 느티나무 아래서나 사람들이 지나치는 횡단 보도 앞에서 혼자 계속 소리 내 얘기를 하는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있다. 추운 날씨인데도 분홍색의 엷은 점퍼를 입은 이 여인은 작은 가방을 팔에 끼고는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하며 상대가 있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그는 위협적이지 않아서 사람들이 그저 한 번 쳐다보고 지나칠 뿐이다.

얼마 전 죽도시장 앞에서는 한 남성이 비가 오지도 않은 날인데 우산을 접어들고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향해 마구 쏘아붙이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우산을 마구 흔들면서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그를 피해서 도망가듯 길을 비켜가고 있었다. 몇몇 여성들은 공포에 휩싸여 어쩔 줄을 몰라 하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서 이 같은 조현병 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조현(調鉉)이란 현악기의 음률을 고른다는 뜻으로 이 병에 걸리면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보인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이라 했는데 순화해서 이렇게 부르고 있다. 조현병 환자는 대개 망상과 환청 등의 증세를 보인다. 이들의 행동이 때때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부산 동래구 폭행사건은 피의자들이 모두 조현병 환자로 밝혀졌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정신 이상자의 피해망상이 낳은 끔찍한 범죄였다. 이 같은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일 포항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40대가 흉기로 아버지를 살해했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는 “평소 아버지가 나를 죽이려 했다. 오늘도 나를 죽이려고 해서 내가 먼저 죽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21일에도 전북 익산에서 환청을 들은 고등학생이 어머니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조사를 해봤더니 그 학생은 조현병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조현병 환자는 전국에 5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대부분은 아무런 치료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조현병은 초기에 다잡으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고 정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갈수록 늘고 있는 조현병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국가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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