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불거지면 존립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대응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명단을 모아 문체부에 내려보낸 이 블랙리스트는 1만 명 선에 육박한다고 한다. 문체부는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조 전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작성ㆍ관리한 혐의로 지난 21일 동시에 구속된 만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는 적절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송수근 문체부 장관 권한대행은 23일 정부 세종청사 제4공용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족 “문화예술인과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과 실망, 좌절을 안겨드려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운을 뗐다. 송 권한대행은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이런 행태를 미리 철저하게 파악해 진실을 국민 여러분께 밝히고 신속한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도 못했다. 누구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앞장서야 할 실·국장들부터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죄했다.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의 ‘총설계자’이고 조윤선 전 장관이 ‘실행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에 밉보인 문화예술인들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명단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독재국가에나 있는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앞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구속된 것을 포함하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구속된 고위 공직자는 5명으로 늘었다.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헌정체제의 문란이고 반민주적인 권력남용이다. 전두환 5공 시대나 있을법한 시대착오적 행위는 있을 수 없으며 엄중한 처벌 대상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블랙리스트를 최초에 누가 만들도록 지시했는지에 대해 특검 수사는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 재판부도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사과문을 내 진솔한 반성과 함께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국민 앞에 피력한 만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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