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융단이 깔린 침대 위에 벌거벗은 여인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 여인의 발끝 쪽에는 개가 한 마리 웅크린 채 자고 있다. 화면의 구석에는 두 명의 하녀가 있다. 한 하녀는 무릎을 꿇고 옷장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주인공인 여인은 신화 속 비너스가 아닌 베네치아의 한 귀족으로, 몸치장을 하려고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다.

이 티치아노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린 또 다른 누드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다. 그림은 평범한 일반인의 얼굴을 한 여인이 스스럼 없이 온몸을 드러낸 채 비스듬히 누워 있다. 흑인 하녀가 손님이 보낸 꽃다발을 들고 있고 발밑에는 검은 고양이가 눈을 번쩍이고 있다. 이 그림이 전시되자 평론가들의 혹평 때문에 작품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천장 밑으로 옮겨야 했다. 관람자들은 비너스 대신 모델이 된 거리의 여인을 보고 파리에서의 밤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며 격분했던 것이다.

서양 미술의 대표적인 이 두 나체화를 썩어 패러디한 박근혜 대통령 풍자화가 국회에 내걸려 논란이 되고 있다. 몸체는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차용했고, 꽃다발은 든 흑인 시녀 대신 꽃다발 같은 주사기 다발을 든 최순실의 모습은 마네의 올랭피아를 흉내 냈다. 우르비노의 비너스에 박 대통령의 얼굴을 그려 넣고, 흑인의 모습에 최순실, 배경에는 가라앉는 세월호도 그려 넣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한 전시 ‘곧바이전(곧, Bye 展)’에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이다.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전시에 내걸렸다. 나체 상태의 대통령이 등장하는 이 그림은 아무리 예술이라 해도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대통령을 농락하는 저질의 성희롱이자 인격살인 행위다. 일반 전시장도 아닌 국회에 민망한 이 그림이 걸린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표 의원은 ‘공직자 65세 정년 도입’을 주장해 정신 나갔다는 소리를 들은 지가 엊그젠데 또 성희롱 수준의 전시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중(愚衆)의 관심을 끌기 위한 광기와 권력의 폭력성 어디까지 일지 혀가 차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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