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은 이마트 포항 이동점에서 한 직원이 고객들에게 5만원 이하의 김 선물세트를 설명하고 있다. 하경미 기자 jingmei@kyongbuk.com
오랜 경기 침체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라는 부담감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설 선물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24일 포항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설을 앞두고 각종 선물세트 판매결과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선전하고 있지만, 설 선물 인기품목이었던 소고기·굴비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의 중심에 선 품목은 수입 과일을 활용한 청과세트와 지난 2000년 이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통조림 등 가공품이었다.

이마트 포항 이동점의 경우 설 선물세트 본 판매에 들어간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전체 세트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30% 증가했다.

하지만 5만원 이하 한우 등 축산품(정육)과 굴비·옥돔 등 고가 세트가 주를 이루는 수산물은 매출이 급락했지만, 5만원 안팎의 저가 세트가 급신장세를 보이면서 전체 매출을 이끌었다.

당초 매출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청과 등 농산 부문의 선전도 한몫했다.

품목별로 보면 축산(정육) 부문이 42%로 가장 많이 역신장했으며, 굴비와 옥돔 등 수산품도 13% 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웰빙 바람에다 보관 기간이 길고 5만원 안팎의 저가 세트가 많은 건강식품의 매출은 125%나 신장해 대조를 이뤘다.

이와 함께 지난해 추석 명절부터 타킷 수요층이 겹치는 제품끼리 같이 진행하는 일명 ‘콜라보레이션(콜라보) 마케팅’ 제품을 다수 선보인 청과 등 농산 부문은 54% 상승했으며, 저가 세트로 인기를 끌던 통조림 등 가공 역시 38% 올랐다.

최윤석 이마트 포항 이동점 파트장은 “지역 경기 침체와 김영란법까지 겹치면서 고가 세트가 많은 정육이나 수산은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콜라보 제품 등 아이템 개발로 청과가 선전한 것은 물론 저가 제품 선호로 건강식품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강조했다.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일부터 17일간 롯데백화점 포항점의 매출은 전년과 비교하면 8.2% 상승했다.

롯데 포항점은 김영란법에 맞춰 앞다퉈 5만원 이하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백화점 최초로 5만원 이하 저가 상품에 대해 무료 배송을 하는 등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한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포항점 역시 5만원 이하 실속형 상품이 대체로 인기를 얻는 현상을 이어갔다.

지난해 판매 실적이 저조한 데 따른 기저효과뿐 아니라 수입 과일을 넣거나 과일 크기를 줄이는 등으로 ‘김영란 세트’처럼 5만원 이하 아이템이 확대된 청과는 97% 신장했다.

또한 오징어채 등의 건어물은 59%, 비타민 등 건강제품도 36% 나 판매 실적이 올랐다.

반면 고급 제품으로 분류되는 갈비와 굴비는 30%와 7% 각각 역신장했다.

오충균 롯데백화점 포항점 홍보실장은 “고객은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으로 5만원 이하 제품이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저가 제품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돼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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