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가 입수한 유서
지난해 10월 대구 모 건설회사 간부 2명이 유서로 회사의 비리를 폭로(본보 2016년 10월 17일 5면)했는데, 4개월여 수사를 벌인 경찰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24일 “관리상무와 현장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8가지 정도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는데, 수사 결과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설 명절 이후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숨진 현장소장의 친형은 “사건이 불거진 뒤 얼마 되지 않아 회사 측과 유족이 원만하게 합의했다.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서는 회사 대표와 전무가 자신들에게 회삿돈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협박했다는 내용부터 시작됐다.

숨진 간부들은 대표의 모교인 대구의 모 사립고 신축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학교 법인 측과 짜고 입찰조건을 바꾸는 대가로 2억 원을 줬다는 내용과 군부대 공사 때 법으로 금지된 일괄하도급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대표가 우사회 사장에게 공사 수주를 대가로 현금으로 뇌물을 줬고, 전무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2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회사 전무가 현직 수사기관의 공무원이 운영하던 식당 리모델링 공사(2억 원 상당)를 무료로 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밖에도 회사 대표가 영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에게 법인 자금으로 매달 1천500만 원씩 불급 송금했다는 것과 법인 자금으로 그림과 나무를 사재기하고 골프를 치며 사치를 부렸다는 구체적인 내용과 전무가 회사 비자금 2억 원으로 아파트를 샀다는 의혹도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오래된 시점의 의혹을 뒷받침할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아들 유학 자금도 회사 자금이 아닌 사우나를 운영해 번 돈으로 충당했고, 수사기관 공무원에게 2억 원 상당의 리모델링을 해줬다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고 했다.

또 “회사 대표와 회사의 계좌 모두 확인을 했는데 자금을 횡령하거나 공사 수주 과정에서 돈을 줬다는 흔적은 없었다”면서 “다만, 회사 계좌에서 전무에게 3천만 원이 입금됐는데, 회사가 성과급으로 준 것인지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대표는 경북일보와의 전화인터뷰를 끝내 거절했다. 대신 대표의 지인은 “유서로 시작된 경찰 수사 때문에 경제적 타격과 신용도 하락 등 불이익을 심하게 받았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경찰 수사에서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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