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은 제 아랫도리를 본 적 없다
직벽이다

진달래 피어 몸이 가렵기는 했지만
한 번도 누군가를 안아본 적 없다

움켜쥘 수 없다
손 문드러진 천형 직벽이기 때문이다

솔기 흔적만 보면
한때 절벽도 반듯한 이목구비가 있었겠다

옆구리 흉터에 똬리 튼 직립 폭포는
직벽을 프린트해서 빙폭을 세웠다

구름의 풍경을 달았던 휴식은 잠깐,
움직일 수도 없다
건너편 절벽 때문이다

더 가파른 직벽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상> 당신은 나의 절벽이다. 쉽게 손닿지 않는 곳에 진달래를 피우고 함부로 내려다 볼 수 없는 직벽을 가진 당신은 가파르고 위험하고 속 깊은 절벽이다. 당신의 손을 잡으려고 꿈을 꾸고 당신의 눈을 보려고 꿈속에서도 웃는다. 그렇지만 닿을 듯 말 듯 마주칠 듯 말 듯한 순간 언제나 절벽에서 떨어지고 만다 깨어나고 만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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