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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제철소 1고로 첫 출선. 고 박태준 명예회장(가운데)과 임직원들이 만세를 하고 있다. 경북일보DB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포항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 제1고로에 불이 지펴 진지 21시간 만에 처음으로 쇳물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포스코 박태준 사장과 임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목청껏 만세를 불렀다. “조상의 피값(대일청구권자금을 의미)으로 짓는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자”는 우향우 정신으로 건설된 고로에서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나왔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제철보국의 꿈을 실현했던 포철 제1고로가 올해 하반기에 그 생명을 다하고 불을 끈다. 1천℃가 넘는 고온의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의 수명은 평균 15년 안팎인데 1고로는 개수공사로 장장 45년간 5천만t의 쇳물을 생산했다. 쇳물 생산량으로 따지면 5천300여 만 대의 자동차와 타이타닉호 크기의 선박 1천 척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하지만 연간 400만~50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신형 고로에 비하면 1고로는 연간 130만t으로 소형 용광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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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제철소 1고로.경북일보DB
포철 1고로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태동시킨 ‘대한민국 경제국보’ 1호 설비다. 1고로는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을 생산, 1970년대 한국의 건설과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중공업 발전을 이끌었다. 이 1고로의 기술이 축적돼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10개의 용광로가 지어졌다. 포스코가 국제적으로 자랑하는 혁신 제선기술 파이넥스(FINEX) 기술도 이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1고로 폐쇄는 포스코 3고로 2차 개수공사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졌다. 이참에 포스코역사관은 두고 이 고로를 포항시민은 물론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철강박물관을 세워야 한다. 포스코역사관이 사실상 포스코 내에 있어서 관광객들의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1고로를 옮기는 데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지만 다른 상징물을 세우는 것 보다 포항의 최고 상징물로 가치가 크다. 1고로를 ‘경제국보’라지만 사실 이 설비는 영원히 보존해서 국보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 그만큼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공헌한 의미와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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