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에도 자식들의 귀성길 고생을 덜어주려는 농촌 지역 노부모들의 역귀성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명절을 쇠기 위해 도시에 있는 자식들의 집을 찾는 역귀성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최근 4~5년부터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먼 길 힘들게 올 자녀 걱정에 기꺼이 역귀성을 택한 부모들의 모습이 ‘내리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명절의 새로운 풍속이 되고 있다.

설을 사흘 앞둔 25일 영양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김모(73·영양읍 대천리) 할아버지 부부는 대구에 사는 아들 집에서 설을 쇠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터미널 안에는 김 할아버지처럼 대도시에 있는 자식들의 집에서 명절을 쇠기 위해 보따리를 든 역귀성 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모두 대구 인근에 살고 있어 명절 때 복잡하게 이동하는 것보다 우리 둘 부부가 대구로 가는 것이 편할 것 같아 3년 전부터 명절 때면 큰아들이 사는 대구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역귀성을 서두르는 노인들의 손에는 김치와 참깨, 고추장, 된장 등이 들려 있고 자녀와 손주들을 본다는 설렘에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어있다.

권영숙(여·72·청기면) 할머니는 “지난해까지는 아들 손주들이 내려왔지만 지난해 영감이 돌아가셔서 아예 큰 아들 집에서 영감 제사 지내려고 서울 올라가는 길”이라며 “혼자 사는 것이 딱한지 자식들이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지만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고 도회지보다 시골생활이 편할 것 같아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새 농촌 지역에서는 대도시 자식들의 집에서 명절을 쇠기 위해 역귀성객들이 늘면서 역귀성객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까지 출시됐다.

코레일은 설 명절 역귀성객을 위해 KTX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오는 24일 오전 10시부터 26일 자정까지 사흘간에 걸쳐 판매하고 있다.

전날인 27일 서울행이거나 29일부터 30일까지 지방으로 내려가는 경부선 96개, 호남·전라 82개, 동해·경전 43개 등 KTX 221개 열차 노선의 일반실 운임을 40% 할인하며, 1인당 1회 편도 4매(왕복 8매)까지 판매한다.

한국공항공사가 다가오는 2017년 설 명절 연휴를 맞이해 서울을 방문하는 역귀성객을 대상으로 항공사와 함께 항공권 최대 60% 할인 및 기념품 제공 등의 이벤트를 개최한다.

서울시 등 대도시에서는 역귀성객들을 위한 역·터미널 주변 음식점 위생점검과 임시 주차장 확보 등을 하고 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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