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독도 소재로 한국 공격…지지율 제고 효과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에 독도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처음으로 명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내용을 전한 요미우리신문 28일 1면 기사. 연합
한국에 대한 일본 측의 도를 넘는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을 시작으로 시작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한국 때리기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로 나가미네 대사의 일시 귀국과 함께 이 문제와 직접적 관계도 없는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중단이라는 무리수를 둔 데 이어 한일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직설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 일본 외교서 ‘한일외교’ 배려 안보인다

무엇보다 돌출됐던 것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의 독도 영유권과 관련된 망언이었다.

그동안 일본의 각료, 특히 한국과의 대화 채널 책임 각료인 외무상은 영유권과 역사 등의 문제를 언급할 때 우회적인 표현을 통해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해왔다.

그러나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경기도의회 일각에서 독도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하는 데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같은 질문에 대해 “다케시마의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쳐도 수용할 수 없으며 유감”이라고 에둘러 답한 것과 차이가 난다.

일본 측의 강공은 일본 쓰시마의 한 사찰에서 도난당한 뒤 한국에 반입된 불상을 원래 소유주로 알려진 충남 서산시 부석사로 인도하라는 지난 26일의 대전지법 판결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이날 스가 장관은 “매우 유감”이라며 “신속하게 불상이 일본으로 반환되도록 한국 정부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문부과학상이 재차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집권 자민당이 같은 날 개최한 외교 관련 의원들 모임에서도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판결”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지난 25일 김관용 경북지사가 독도를 방문한 데 대해서도 스가 관방장관과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이 역할분담을 통해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스가 장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매우 유감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에 즉각 항의하는 동시에 재발방지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키자키 심의관은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내용을 언급하며 항의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문부과학성의 초·중생들에 대한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왜곡된 역사교육 의무화 방침은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 “지지율 지켜라”…아베 보수세력 결집용으로 ’한국 때리기‘ 활용

일본 측의 일련의 한국 때리기 행보는 아베 총리의 향후 정국 운영 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가미네 대사의 일시 귀국을 단행한 시점은 아베 총리에 있어서 정치적 고비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일본 야마구치(山口)와 도쿄(東京)에서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북방영토 반환 문제에 대한 협상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북방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강하게 천명하며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공 행진하던 아베 총리의 지지도에 균열이 발생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기에 같은 달 하순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일본의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에 대한 추모에 나서자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아베 총리의 행보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소녀상 설치라는 사안이 발생하자 아베 총리는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 예상 밖의 초강수로 대응했다. 자신의 주 지지기반인 보수세력 결집을 노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경기도의회 일부 의원의 독도 소녀상 설치, 김관용 경북지사의 독도방문, 쓰시마 사찰 도난 불상의 충남 부석사 인도 판결 등 한일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일들이 잇따랐다. 일본 입장에서는 공격 소재가 이어진 셈이다.

실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4% 포인트 오른 55%로 집계됐다.

이런 와중에 나가미네 대사의 한국 귀임은 장기화되고 있다. 일본 측의 입장에서는 양국 간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귀임 명분을 찾기 어렵게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도 지난 1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과의 회의 자리에서 “한국 측의 자세에 변화가 없으니 일본 측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등 관계개선 의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강경자세는 한국의 탄핵정국과 맞물려 차기 주자들 대부분이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 합의 백지화 및 재협상 방침을 밝히는 데 대한 견제 차원도 있어 보인다.

또 한국 정부가 리더십 부재 상황에 빠지면서 일본 측의 집요한 공세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일본의 외교 강공과 한국의 대응 혼선이 겹치면서 양국 간 접점 모색 노력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3~4월 초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에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 내용 기재가 확정되면 한일관계는 또한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양국간 대치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습지도요령은 지도요령해설서나 교과서검정기준의 상위 개념인 데다, 법적 구속력까지 갖고 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2~3개월가량 남은 문부과학성의 신학습지도요령 제정 과정에서 한국 외교부와 주일 한국대사관 등 외교 당국이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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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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